私募의 힘… 펀드 순자산 450조원 돌파

올 들어 사모펀드에 20조원 넘게 몰리면서 전체 펀드의 순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450조원을 넘어섰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49명 이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으로 국내에 설정된 전체 펀드(사모투자 전문 회사 제외)의 순자산 총액은 450조28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펀드 시장이 불어난 데는 사모펀드의 비약적인 성장이 크게 기여했다. 저금리 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공모펀드보다 목표 수익률이 높은 사모펀드로 몰렸기 때문이다. 전체 펀드 순자산이 400조원을 넘어선 작년 3월 이후 공모펀드는 8조5000억원 증가한 데 비해 사모펀드는 40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올해 3월 들어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면서 중산층의 사모펀드 가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연 5~8% 노리는 사모펀드 시장 팽창

사모펀드 가입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지난 12일 기준으로 사모펀드 투자액(219조7338억원)은 공모펀드(230조5466억)에 육박했다. 박스권 증시에서 사모펀드의 인기가 치솟는 것은 가입자 숫자가 적어 운용이 자유로운 점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때문이다. 롱쇼트(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것), 이벤트 드리븐(기업 공개, 유상증자 등에 따른 주가 변동을 활용하는 것) 등 다양한 전략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목표 수익률이 연 5~8%에 이른다.

작년 10월부터 시행된 금융 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은 사모펀드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기준이 완화됐고, 펀드 최소 가입 기준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졌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성과 보수가 높고 운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사모펀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올 들어 공모펀드에서 4000억원이 유출되는 동안 사모펀드에서는 오히려 20조원 넘는 돈이 몰렸다.

사모펀드 가운데 주식형보다는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특히 높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올 들어만 순자산이 8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 밖에 특별자산펀드, 부동산펀드도 인기가 높다.

◇"소액 투자자도 사모펀드 수익 공유하길"

하지만 사모펀드는 여전히 최소 가입액이 1억원이고, 종류에 따라 하한선이 3억~5억원인 펀드도 많다. 일반 투자자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의 수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사모투자재간접펀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사모투자재간접 펀드는 여러 개의 사모펀드에 100% 투자가 가능한 공모 펀드로 기존 사모펀드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향후 사모펀드 시장에 증권사도 진출할 수 있게 허용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중으로 증권사의 사모펀드 운용업 겸영 신청을 받는다. 현재 15개사 안팎의 증권사가 사모펀드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올 8월부터 본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판매에 나설 수 있다.

한편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펀드 손실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사모펀드는 펀드매니저 전략에 대한 의존도가 커 투자 위험이 높고, 수수료를 많이 떼는 데다 가입·해지 시기가 정해져 있어 환매 소요 시간도 긴 편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