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노리는 자산가들, 글로벌 ETF로 몰린다

최근 재테크 시장에서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열기가 뜨겁다. ETF는 주가지수, 채권, 금 같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이 나오는 투자 상품이다. 일반 ETF와 달리 글로벌 ETF는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사고파는 것이다.

글로벌 ETF의 가장 큰 강점은 소액으로도 쉽고 편하게 해외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개별 주식이 아니라 업종별·테마별 투자를 할 수 있어 종목별로 상세한 정보를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 해외 펀드에 비해 수수료나 세금 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ETF는 해외 분산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투자 상품이 되고 있다.

◇'시가총액 3400조' 글로벌 ETF

글로벌 ETF 자산 규모는 2009년 1조달러(약 1180조원)에서 2015년 말 2조8700억달러(약 3390조원)로 불어났다. 연평균 성장률이 25%에 달한다. 그중 미국 시장 비중은 70%가 넘는다.

해외에 투자하는 ETF는 국내에도 58개가 상장돼 있지만, 이들은 국가별 대표지수나 원자재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단순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글로벌 ETF는 매우 다양하다. 현재 세계 증시에 상장된 ETF는 약 4500개에 이르고, 미국 시장에만 1700개가 넘는다. 하루 지수 변동 폭의 3배 수익을 돌려주는 레버리지(차입) 3배 ETF, 커피·곡물 ETF, 희귀 금속 ETF 등 국내에 없는 상품이 즐비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한 해외 주식을 ETF까지 포함해서 따져보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CHINA AMC CSI 300 INDEX ETF'가 거래 1위였다. 연초 이후 5월 17일까지 거래 대금이 5443억원에 달한다. 이어 유가가 하락하면 낙폭의 3배 수익을 내는 'VS 3X INV CRUDE Oil ETN(상장지수채권)'과 유가 상승 시 3배 수익을 내는 'VS 3X Long CRUDE Oil ETN' 등이 거래 규모 상위에 올랐다.

◇자산가는 '절세 효과' 볼 수 있어

특히 글로벌 ETF는 자산가들에게 절세 효과가 크다. 해외 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매매 차익에 대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2월부터 출시된 비과세 해외 주식형 ETF 12종을 제외하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에 투자할 때 내는 세금은 매매 차익의 15.4%다. 그러나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매매 차익의 최대 41.8%까지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반면 글로벌 ETF는 수익의 25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 22%를 적용받는다. 거액 자산가들은 글로벌 ETF의 분리 과세 혜택을 활용해 적용 세율을 거의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주식처럼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한다는 것도 글로벌 ETF의 특징이다.

◇글로벌 ETF도 수익 장담 못 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글로벌 ETF 시장이 2020년을 전후해 지금의 2배가 넘는 6조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글로벌 ETF도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이다. 해당 국가 경기에 따라 ETF 주가는 출렁일 수 있다. 상하 30% 가격 제한이 있는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등 선진국 증시는 대부분 가격 제한 폭이 없다. 해당국 통화로 환전해 거래하는 만큼 요동치는 환율 때문에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원화가 약세가 되면 환차손을 볼 수 있다.

홍융기 KB자산운용 상무는 "글로벌 ETF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들이 레버리지 상품 등에 몰리고 있는데, 이런 투자 방법보다는 평균 이상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자산 배분을 한다는 관점에서 글로벌 ETF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