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2 09:33

돈부리どんぶり(丼)는 라멘과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 간편식으로 큰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소, 돼지, 닭과 같은 육류나 해산물을 요리해 얹어서 먹는 일본식 덮밥이다. 대부분의 일품요리가 그렇듯이 다른 정식 요리에 비해 간편하고 가격까지 저렴해 대중적인 인기가 높아 오사카 시내를 걷다 보면 ‘요시노야 吉野家’나 ‘스키야 すき家’, 마츠야 松屋 와 같이 일본 전역에 체인점을 가진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작은 동네 식당까지 돈부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쉽게 찾아 볼수 있다.

돈부리는 줄여서 동(丼)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소고기를 얹은 규동 (牛丼), 튀김을 얹은 텐동 (天丼), 장어를 얹은 우나기동 (鰻丼), 닭과 계란을 함께 얹어 ‘부모와 자식이 한그릇 안에 있다’는 무서운 이름을 가진 오야코동(親子丼),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식 양념 갈비를 얹은 가루비동 (カルビ丼) 까지 밥위에 얹는 재료의 종류와 조리법에 따라 수십, 수백가지의 돈부리가 존재한다.

이렇게 많은 돈부리 중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 한국 여행자가 즐겨 찾는 오사카 시내에 있는  돈부리 전문점 2곳을 선정해 소개한다.

마구로쇼쿠도(まぐろ食堂)

주소 : 大阪市 東成区 東小橋3 丁目 18-9
전화 : 81 - 06 - 6974 - 9779
영업시간 : 10시50분 ~ 12시30분 (수요일 휴무)

‘마구로쇼쿠도’ 번역하면 ‘참치 식당’이라는 간결한 이름을 가진 이 식당은 주인 내외가 아르바이트 직원 1명과 함께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다.  위치도 오사카의 번화가인 난바에서 지하철로 3정거장, 우메다에서는 7정거장이나 가야 하는 쯔루하시(鶴橋)지역의 재래 시장 안에 있어 찾아 가기도 쉽지 않다. 또 식당이 문을 여는 11시 이전에 도착해 줄을 서서 식당 문이 열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식당이 문을 열고 1시간 정도면 재료가 떨어져 원하는 메뉴를 먹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날 준비한 재료가 모두 떨어지는 12시를 전후해 식당은 영업을 종료한다

거기에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좁은 가게 안에서 불편한 좌석에 앉아 참치덮밥 한그릇을 먹고 2,000엔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는게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론부터 얘기 하자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 식당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이 식당의 인기메뉴인 하후동의 경우 참치의 고급 부위인 중뱃살(주도로 中トロ)과 일반적인 부위인 붉은살(아카미 赤身)을 사용하는데 평소에 참치를 즐겨 하지 않거나 참치의 부위별 특징이나 가격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입 안에 퍼지는 농후한 식감 만으로 단번에 참치의 고급 부위 라는걸 느낄 정도로 뛰어난 맛과 실력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 ’25,000원에 참치 무한리필’ 이라거나 일본에서 한접시에 150엔 하는 회전초밥 식당에서 먹었던 참치초밥이 참치의 맛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참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생길 정도로 참치 덮밥에 관한 한 오사카 최고의 맛집이다.

▲마구로쇼쿠도 입구 전경.
▲마구로쇼쿠도 입구 전경.
▲식당 앞 냉장고에 진열된 참치.
▲식당 앞 냉장고에 진열된 참치.

식당 앞 냉장고에 그날 판매 할 참치를 부위별로 포장해 판매도 하고 주방으로 갖고 들어가 덮밥의 재료로도 사용한다. 이 냉장고에 진열된 참치가 떨어지면 ‘매진’을 알리는 조그만 입간판을 식당 앞에 세워 놓고 식당 영업을 종료한다.

참고로 이 식당은 오전 10시50분에 문을 열어 1시간 정도면 재료가 떨어져 영업을 종료하니 늦어도11시30분 이전에 도착해야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수 있다. 방문 계획을 세웠다면 일찍 서둘러서 가기를 권한다.

▲하후동(ハーフ丼) 2,300엔.
▲하후동(ハーフ丼) 2,300엔.

마구로쇼쿠도의 대표 메뉴인 하후동 ハーフ丼은 2종류의 참치를 섞어서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제일 비싸고 맛있다고 알려진 대뱃살(오도로)보다는 아래 등급이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지방이 적당해서 맛이 깔끔한 고급 부위인 중뱃살(주도로 中トロ)과 참치의 등쪽 몸통살인 붉은살(아카미 赤身)을 반반씩 사용한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중뱃살은 서리가 내린듯 고르게 퍼진 마블링이 품질과 맛을 짐작하게 하는데 입 안에 고급스럽게 퍼지는 지방의 고소한 맛과 탱탱한 듯 찰진 절묘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비교적 평범한 부위로 알려진 붉은살도 적당한 숙성(熟成)과정을 거쳐서 인지 퍽퍽함 없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낸다. 노란색에 가까운 연초록의 고운색을 내는 질 좋은 생와사비와 일본 간장을 바른 서너장의 김도 참치의 맛을 살려 주는데 한 몫을 한다.

앞서 설명한 대표 메뉴 하후동 ハーフ丼은 작은 그릇이 2,300엔,  맛과 품질은 동일하나 양이 많은 큰 그릇이 2,900엔으로 선택이 가능한데, 작은 그릇에 들어가는 참치의 양이 25조각 이상 임을 감안하면 성인 남자라 하더라도 작은 그릇이면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수 있다.


천지인 텐티진(天地人)

주소: 大阪府 大阪市中央区 日本橋 2-4-10
영업시간; 11:00 ~ 23:00 (월요일 휴무)

여행객이 많이 모이는 오사카 난바역(難波)인근의 큰 도로인 사카이스지(堺筋) 도로변에 위치한 텐티진 天地人은 라멘과 돼지고기 덮밥인 부타동(豚丼)을 파는 식당으로 2009년에 개업한 비교적 신생 식당이지만 최근에 우리나라 여행객과 중국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아 식사 시간에는 식당 앞으로 긴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급부상한 유명 식당이다.  실제로 이 식당의 첫 방문때에는 총 9석의 좌석 중 5석이 한국인, 나머지 4석이 중국인으로 손님 모두가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일본 현지 맛집 사이트인 ‘타베로그’의 후기를 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불편했다’는 일본 현지인의 불평이 심심찮게 올라 오기도 한다.

텐티진 天地人은 라멘과 부타동(豚丼) 2가지 메뉴만을 판매하는데 대표 메뉴인 부타동의 경우 요시노야 등 덮밥 체인점에서 판매하는 간장 소스에 돼지고기와 양파를 넣은 국물이 남아 있는 촉촉한 불고기 형태의 일반적인 부타동이 아닌 불에 바싹 구운 직화 구이 방식의 부타동을 내놓는 점이 특징이다. 텐티진 天地人의 라멘도 부타동 못지 않은 호평을 받고 있는데 돼지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돈코츠 계열의 라멘으로 걸죽할 정도로 진한 국물에서 나오는 깊고 강한 맛이 인상적이다.

▲텐티진(天地人) 식당 전경과 식권 판매기.
▲텐티진(天地人) 식당 전경과 식권 판매기.

텐티진 天地人은 4인이나 2인 테이블 없이 모든 좌석이 주방을 둘러싼 바(bar)형태의 좌석만 9석이 있는 작은 식당이다.  주문은 식권판매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식권판매기는 각 메뉴의 사진과 금액이 표시 되어 있어 일본어를 몰라도 큰 불편 없이 주문이 가능하다.

식권 판매기를 보면 메뉴가 다양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라멘과 부타동 2가지 기본 메뉴에 파,계란,차슈(돼지고기 편육) 등 토핑의 선택과 라멘 면과 국물을 함께 주는 일반 라멘과 면과 국물을 따로 제공해 면을 국물에 찍어 먹는 쯔게면(つけ麺 )으로 먹는 방식에 따라 구분될 뿐이니 자세히 살펴보고 기호에 맞는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부타동(豚井) 大 970엔.
▲부타동(豚井) 大 970엔.

두툼한 돼지 등심을 간장 맛이 나는 양념을 발라 가며 직화로 구운 부타동(豚井)은 불맛이 살아 있는 이 식당의 대표 메뉴로 대부분의 손님이 부타동을 단품으로 주문하거나 라멘과 부타동이 함께 나오는 콤보메뉴를 많이 주문한다.  한입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크기를 가진 돼지고기가 10여점 들어 있고 밥의 양도 넉넉해서 가격대비 맛과 양 모두를 만족시켜 좋은 반응을 받고 있으나 일부 에서는 간이 세서 짜다는 평과 고기의 식감이 퍽퍽하고 입으로 잘라먹기 불편하다는 단점을 지적 하기도 한다.

▲元味味玉らーめん  800엔.
▲元味味玉らーめん 800엔.

텐티진 天地人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元味라멘은 걸쭉할 정도로 진한 국물과 강한 풍미를 지닌 라멘으로 유명한데 돼지의 사골을 고아 만든 베이스에 어패류와 참깨 등 여러 종류의 재료가 들어간 듯 복합적이고 강한 맛을 낸다.  이런 복잡하고 강한 풍미 때문인지 사람마다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어져 호평과 악평이 엇갈리는데 그래도 악평보다는 호평이 더 많으니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시식해 보기를 권한다.

참고로 대부분의 일본 식당이 그렇듯 이 식당도 주문한 부타동이나 라멘 이외에는 어떤 반찬도 제공되지 않는다. 사진 우측의 김치는 별도 주문(100엔)한 것으로 조그만 종지에 담겨 나오는 김치를 100엔이나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한국사람에게는 금액 이상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으니 주문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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