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홍의 맛집] 서소문 - 정원순두부

지금은 도심 재개발 때문에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서소문 삼성생명 본관 뒤쪽은 예전부터 크고 작은 식당들이 모여 있는 식당 밀집 지역이다. 주변에 기업의 본사나 고층의 오피스 빌딩이 많다 보니 점심 식사시간에는 인근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로 골목이 가득 메워지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지역의 식당 중에 유독 손님이 몰려 식사시간 내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식당이 몇 곳 있는데 오늘 소개할 순두부 전문점 ‘정원순두부’도 이런 대표적 맛집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인근의 식당 중에 가장 먼저 대기 줄이 생기고 또 가장 늦게까지 대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원순두부는 1969년 창업해 지금까지 대를 이어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니 50년 가까운 오랜 업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창업주의 아들이 서소문 본점을 운영하고 있고 명동에 있는 같은 상호의 분점 역시 가족이 운영한다. 명동 분점은 순두부 이외에 소고기 등 고기류도 같이 취급하지만, 순두부의 맛은 본점과 같다.

정원순두부가 있는 서소문의 세종대로11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이다. 식당의 외부나 내부도 인테리어라는 개념이 없는 낡고 어두운 분위기의 전형적인 '아저씨 식당'의 모습이었으나 5~6년 전 식당을 리노베이션해 지금은 노포답지 않게 깔끔하고 산뜻한 모습을 하고 있어 예전에 비해 쾌적한 분위기에서 식사 할 수 있다. 다만 많은 손님을 수용하기 위해 너무 좁게 배치된 식탁 때문에 만석은 몹시 혼잡스러우니 여유롭게 식사하고 싶다면 사람이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할 것을 권한다.

‘정원순두부’에서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기본 순두부’를 비롯해 굴, 소고기, 김치순두부 등 총 4종류의 순두부를 내놓는데 소고기 순두부에 들어가는 소고기(호주산)를 제외한 김치, 고춧가루, 쌀 등 나머지 식재료는 국내산을 사용한다.

정원순두부의 순두부는 자극적이지 않고 순한 맛이 특징인데 빨간 겉모습과는 달리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굴이나 소고기 등 부재료와 순두부 본연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잘 어우러져 마치 집밥을 먹는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

순두부에 제공되는 기본 반찬은 식당에서 직접 만든다는 깻잎 절임과 김치 두 가지 뿐이다. 김치는 여름철에는 열무김치가 나오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사진과 같이 국물이 자박하고 양념이 과하지 않은 시원한 맛이 강조된 배추김치가 나온다. 배추김치는 뜨거운 순두부에 얼얼해진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1969년 식당의 창업 때부터 기본 반찬으로 나왔다는 깻잎 절임은 요즘 기준으로 볼 때 짠맛이 강해 손님마다 호불호가 갈리는데 단조로운 단품요리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 반찬으로 한두 개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순두부를 주문하면 기본 제공되는 돌솥밥은 이 식당이 창업 때부터 이어온 전통이다. 돌솥에 갓 지어낸 고슬고슬한 쌀밥을 별도로 내어주는 비빔그릇에 덜어 순두부와 함께 비벼 먹고 돌솥에는 물을 부어 놓았다가 식후 숭늉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정원순두부의 장점은 오랜 세월 영업을 통해 얻어진 검증된 맛이다. 대부분의 다른 식당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수입 재료와 공장제 밑반찬을 사용하는 데 비해 이 식당은 국내산 재료로 반찬을 자가 제조해 내어 놓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다만, 순두부나 밥의 전체적인 양이 성인 남자의 기준으로 볼 때 다소 적은 듯하고 순두부에 넣어 먹는 생계란을 200원의 추가 요금을 받는 점 등이 조금은 야박해 보여 아쉽다.


본점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11길 30 전화: 02-755-7139
명동점 - 서울시 중구 명동9가길 14 메트로호텔 1층 전화: 02-752-1112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10시
메뉴: 순두부(돼지고기) 7,000원 굴순두부 8,000원 소고기순두부 7,500원 날계란 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