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場, 소비자 속이는 '낚시질' 판쳐… 정신 차려야 속지 않죠"
입력 : 2016.05.26 03:00 | 수정 : 2016.05.26 13:51
[노벨상 받은 행동경제학 大家 조지 애컬로프 교수 인터뷰]
재닛 옐런 美 연준 의장의 남편
"계산대 옆 사탕, 금융 상품까지 시장은 온통 속임수로 가득" 주장
"집에선 장보기·설거지가 내 몫"
천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승용차를 사거나 수리하면서 '호구(虎口)'가 되는 건, 우리와 마찬가지다. 조지 애컬로프(76)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 교수는 2001년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시켜 소비자의 실제 행동 패턴과 시장의 허실을 분석하는 행동경제학의 대가로 꼽힌다.
지난 11일 6.6㎡(2평) 남짓한 워싱턴DC 연구실로 찾아가자, 애컬로프 교수는 대뜸 1997년 승용차를 구입했을 때의 일화부터 들려줬다. 수줍은 표정의 미소부터 좀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안경테까지 그의 첫인상은 '학구적인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같았다.
지난 11일 6.6㎡(2평) 남짓한 워싱턴DC 연구실로 찾아가자, 애컬로프 교수는 대뜸 1997년 승용차를 구입했을 때의 일화부터 들려줬다. 수줍은 표정의 미소부터 좀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안경테까지 그의 첫인상은 '학구적인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같았다.
승용차를 구입할 당시 그는 비싼 할부 이자를 아끼기 위해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하는 대신에 일시불로 현금을 냈다. 필요 없는 옵션도 일절 사양했다. 나름 알뜰 소비라고 여겼지만, 5000마일(8000㎞)을 주행한 뒤 첫 정기 검사를 받자 1000달러(110만원) 넘는 금액이 비용으로 청구됐다. 구입비용은 아꼈지만, 검사 비용에서 꼼짝없이 '바가지'를 쓰고 말았던 것이다. 애컬로프 교수는 "제품에 대한 정보에서 소비자는 판매자에 비해 아무래도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면서 "자동차 구입비에 검사 비용까지 포함하면 '판매·정비 사원은 자신의 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불과 10%의 고객으로부터 얻는다'는 법칙에서 나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구입한 볼보 승용차를 20년째 손수 운전한다.
애컬로프 교수는 지난해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함께 펴낸 '피싱(Phishing)의 경제학'(알에이치코리아)에서 소비자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기만이나 속임수를 낱낱이 파헤쳤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퍼마켓 계산대 앞에 진열된 사탕부터 너무나 복잡해서 해독하기 힘든 금융 상품까지 시장은 소비자를 '호구'와 '봉'으로 만들기 위한 '낚시질'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내는 행위인 '피싱'을 책 제목으로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자신을 위해 구입한다고 생각할 때조차 실은 판매자의 유혹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작과 사기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시장 경제의 엄연한 일부라는 걸 밝혀내는 것도 경제학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서른 살인 1970년 미국 학술지에 '레몬 시장(Lemon Market)' 이론을 발표해서 세계 경제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논문에서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차량이 자주 고장 나는 이유를 판매자와 구매자가 지니고 있는 정보의 격차를 이용해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다. 시장 경제의 허실을 40여 년째 따지고 드는 그의 접근 방식은 때로 급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애컬로프 교수는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정부의 간섭을 되도록 줄이고 자유 시장에 맡기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나는 고전적인 보수주의자"라고 말했다.
애컬로프 교수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남편이다. 그는 2001년 노벨상 수상 당시 에세이에서 "아내가 연준에서 일하는 동안은 내가 되도록 집안일을 많이 맡는 방법으로 아내를 도왔다"면서 "아내가 백악관(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경제자문위원)에서 근무할 때는 심리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내 역할이었다"고 썼다.
지금도 집안일을 하는지 묻자 그는 웃으며 "시장 보기, 청구서 처리하기, 정비공 부르기, 설거지는 내 몫이고 아내는 주로 요리를 한다"고 말했다. 마치 경제학자가 통계를 언급하듯이 그는 자신이 맡은 가사(家事)를 일일이 손으로 꼽았다.
부부 사이의 의견 대립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리 많지는 않다. 아내가 나보다 시장 경제에 대해 조금 더 호의적이라는 정도가 유일한 차이"라며 웃었다. 최근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옐런을 교체할 생각"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안 됩니다. 이 질문은 답변할 수가 없네요. 사안 자체가 너무 민감한 데다, 내가 너무 가까운 사이잖소(웃음)."
☞조지 애컬로프
26세 때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해 버클리대 교수로 임용됐다. 런던정경대(LSE)를 거쳐 2014년 미국 조지타운대에 부임했다. '미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남편이다. 둘은 1977년 점심시간 붐비는 연준 구내식당에서 처음 만났고 6개월 만에 결혼했다. 아들 로버트 애컬로프 영국 워릭대 교수까지 '경제학자 가족'이다.
애컬로프 교수는 지난해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함께 펴낸 '피싱(Phishing)의 경제학'(알에이치코리아)에서 소비자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기만이나 속임수를 낱낱이 파헤쳤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퍼마켓 계산대 앞에 진열된 사탕부터 너무나 복잡해서 해독하기 힘든 금융 상품까지 시장은 소비자를 '호구'와 '봉'으로 만들기 위한 '낚시질'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내는 행위인 '피싱'을 책 제목으로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자신을 위해 구입한다고 생각할 때조차 실은 판매자의 유혹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작과 사기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시장 경제의 엄연한 일부라는 걸 밝혀내는 것도 경제학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서른 살인 1970년 미국 학술지에 '레몬 시장(Lemon Market)' 이론을 발표해서 세계 경제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논문에서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차량이 자주 고장 나는 이유를 판매자와 구매자가 지니고 있는 정보의 격차를 이용해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다. 시장 경제의 허실을 40여 년째 따지고 드는 그의 접근 방식은 때로 급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애컬로프 교수는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정부의 간섭을 되도록 줄이고 자유 시장에 맡기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나는 고전적인 보수주의자"라고 말했다.
애컬로프 교수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남편이다. 그는 2001년 노벨상 수상 당시 에세이에서 "아내가 연준에서 일하는 동안은 내가 되도록 집안일을 많이 맡는 방법으로 아내를 도왔다"면서 "아내가 백악관(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경제자문위원)에서 근무할 때는 심리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내 역할이었다"고 썼다.
지금도 집안일을 하는지 묻자 그는 웃으며 "시장 보기, 청구서 처리하기, 정비공 부르기, 설거지는 내 몫이고 아내는 주로 요리를 한다"고 말했다. 마치 경제학자가 통계를 언급하듯이 그는 자신이 맡은 가사(家事)를 일일이 손으로 꼽았다.
부부 사이의 의견 대립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리 많지는 않다. 아내가 나보다 시장 경제에 대해 조금 더 호의적이라는 정도가 유일한 차이"라며 웃었다. 최근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옐런을 교체할 생각"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안 됩니다. 이 질문은 답변할 수가 없네요. 사안 자체가 너무 민감한 데다, 내가 너무 가까운 사이잖소(웃음)."
☞조지 애컬로프
26세 때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해 버클리대 교수로 임용됐다. 런던정경대(LSE)를 거쳐 2014년 미국 조지타운대에 부임했다. '미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남편이다. 둘은 1977년 점심시간 붐비는 연준 구내식당에서 처음 만났고 6개월 만에 결혼했다. 아들 로버트 애컬로프 영국 워릭대 교수까지 '경제학자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