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담배 피우고 후두 잃어… 아들이 말릴 때 끊어야했는데…"

32년 흡연이 남긴 상흔은 슬프도록 깊었다. 미국 금연 방송 캠페인의 주인공 숀 데이비드 라이트(55)씨가 목에 둘렀던 스카프를 풀자, 인후암(咽喉癌)으로 6년 전 후두를 잘라낸 뒤 남은 엄지손톱 크기 숨구멍이 선연했다.

그는 3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담배는 악마보다 사악했다"고 했다. 하루 담배 한 갑 반을 태웠다는 그는 미 질병통제센터(CDC)의 증언형 금연 캠페인 '과거 흡연자로부터의 조언'으로 흡연 폐해를 알린 출연자 중 한 명으로,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앞두고 방한했다.

"서른여덟 번 방사능 치료를 받고도 '당신의 후두를 모두 살리긴 어렵다'는 선고를 받은 그 순간의 '공포'를 누가 알까요. 2007년 10월 1일 후두를 떼고 처음 거울을 봤던 날 '아! 모든 게 끝났구나' 절망했죠." 라이트씨는 긁는 듯 거친 음성을 낼 때마다 공기가 새 나가지 않도록 왼손으로 그 숨구멍을 틀어막았다. 이식한 인공 성대의 떨림으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 숨구멍은 삶을 옥죄는 것이기도 하다. "샤워할 때 먼저 (숨구멍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게) 샤워 꼭지 물줄기가 등 뒤로 오도록 뒤돌아선 다음 목을 수건으로 감싸고 그 아랫부분만 살살 씻어요. 한국에서 맞은 첫 아침도 마찬가지였고요."

수술 전 그는 아마추어 밴드에서 기타를 튕기며 노래도 불렀다. "좋아했던 노래를 이젠 할 수 없어요. (숨구멍으로) 물이 들어와 익사하니까 수영도 못 하고요."

골초 인생의 시작은 14세 때 전학을 하면서다. 새 친구를 사귀려 흡연 그룹과 어울린 게 화근이었다. 부친 담배를 한두 개비씩 도둑 흡연하다 담배 없인 못 사는 삶에 젖어들었다. "저는 아들 셋 키우는 홀아비(single daddy)인데, 어느날 아들 하나가 편지를 남겼더군요. '담배 때문에 아빠를 잃을까 봐 겁난다'고요." 몇 차례 담배를 끊으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만성 기침에서 후두염, 인후암으로 악화됐다. "니코틴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세요? 후두를 떼고 3개월 뒤 뚫린 숨구멍으로 끽연을 시도한 적이 한 번 있습니다. 담배를 흡입할 수 없어 실패했지만."

2012년 시작된 미국 증언형 광고 시리즈는 라이트씨 외에 폐를 잘라낸 여성, 혈액 순환 장애로 다리를 절단한 남성 등 30명이 출연해 체험으로 금연을 유도해 왔다. 팀 매커피 CDC 수석 보건의료정책관은 "이 광고 캠페인 영향으로 흡연자 164만명이 금연을 시도했고, 1만7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라이트씨는 30일 열린 세계 금연의 날 세미나 홍보 포스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거기엔 목에 숨구멍이 난 환자가 있는 담뱃갑 흡연 경고 그림(12월 도입 예정)이 있었다. "제 목 상태와 똑같네요. 한국 흡연자분들! 저의 비극을 몸소 겪으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