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詩 낭송 기대하세요"

"문학의 위기라지만 그럴수록 결속력이 생긴다고 믿어요. 이곳을 찾는 시(詩) 애호가들이 꺼져가는 시 문학의 불씨를 다시 살려낼 겁니다."

시집만 판매하는 특별한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 7일 서울 신촌에 문을 연다. 주인장은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유희경(36·사진) 시인이다. 10년 가까이 출판사 일과 작품 활동을 병행해온 그는 한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어 다른 일을 찾다가 서점을 떠올렸다. "작년 여름부터 '시집 전문 서점을 열고 싶다'며 떠들고 다녔습니다. 소문을 들은 음반사 파스텔 뮤직 사장님이 '공간을 내주겠다'는 연락을 주셨지요."

경의선 신촌역 맞은편에 새로 지어진 벽돌 건물 3층에 서점이 둥지를 틀었다. 그는 "출판사들의 시집 전체 목록을 포함해 1500권 이상의 시집을 들여오는 게 목표"라며 "'시인들의 첫 작품' '한국 여성 시인 계보' '여름' '바람' 같은 다양한 주제를 잡아 진열할 것"이라고 했다.

유희경 시인은 "한 달에 시집 1000권을 팔아야 240만원쯤 수익이 나는데, 적어도 500권 이상은 판매하는 게 목표"라며 "시인 낭독회와 인디 밴드 공연 같은 행사를 자주 열어 사람을 모으고, 시와 관련된 문구류 등 다양한 상품 판매로 서점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2일 개점 전 기념행사로 연 김소연 시인 낭독회를 시작으로 6월 한 달 동안에만 허연·박준·황인찬 시인의 낭독회가 잡혀 있다.

'위트 앤 시니컬'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시집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인터넷 배송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절판된 시집을 찾는 손님이 있다면 중고 서적을 뒤져서라도 구해 드릴 겁니다. '위트 앤 시니컬'은 우리나라의 모든 시가 공평하게 사랑받는 곳이니까요."

시와 친해지고 싶은 독자를 위해 그는 "윤동주 시처럼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는 시로 입문해서 차근차근 영역을 확장시켜 나간다면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며 "시의 아름다움을 널리 보급하는 사명감을 띤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