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의 깊이감을 재현해 내는 뮤지컬 맘마미아

살다보면 결코 떨구어 버릴 수 없는 잔상 하나가 머릿속을 맴돈다. 지워지지 않는 깊은 곳에 남겨져서 생 전부를 지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맘마미아(Mamma mia)는 이러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날 때 외치는 이탈리아어 감탄사로 '어머나' 또는 '어떻게 하지?' 라는 놀라움이나 괴로움을 뜻하는 말이다.

언어의 어원처럼 도나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가 주제가 되어 음악으로 그녀의 모든 것들을 감정으로 풀어내는 뮤지컬 맘마미아를 만나던 날이다. 무대는 그리스 지중해의 작은 섬. 아름답게 꾸며진 호텔을 운영하는 도나가 딸 소피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21살의 소피는 결혼식을 앞두고 우연히 발견하게 된 엄마의 일기장에서 세 명의 남자친구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 세 명의 남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추측을 하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결혼식에 입장하고 싶은 생각으로 엄마의 오래전 친구이던 세 남자 샘, 빌, 해리에게 엄마 도나의 이름으로 결혼식 초대장을 보낸다.

이들이 오기 전 엄마의 오랜 친구 두 명이 소피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도착한다. 도나의 두 친구는 특이한 언어와 수준 있는 노래솜씨로 그들 나름의 재치를 발휘하여 시종 뮤지컬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웃음을 선사한다.

소피의 결혼 소식에 호텔을 방문한 세 남자. 당황하는 도나는 이들의 예약을 거절하지만 이미 딸에게서 예약을 받은 상황. 어쩔 수 없이 도나는 이들을 호텔에 머물게 한다. 걱정된 도나는 두 친구에게 오래전 자신의 비밀을 고백한다. 그들이 이어가는 무대의 분위기와 노래의 내용이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게 개방적이다. 하지만 뛰어난 전달력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삶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어딘가로 향하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물고 싶다고 머물러 지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우리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인연이라면 시간이 흐른 후에도 꼭 만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희곡이나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공연을 볼 때 대사나 음악을 통해 파악되지 않는 숨겨진 뜻을 서브텍스트라고 한다. 러시아의 배우이자 연출가였던 스타니슬랍스키(Constantin Stanislavski, 1863~1938)는 자신의 저서인 배우수업(An actor prepares)에서 “관객이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연극의 텍스트에 나타나 있는 것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서브텍스트를 보러 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뮤지컬 배우인 최정원 씨의 노래가 맘마미아의 품격을 높여가는 존재감이었다면 말 그대로 신 스틸러들의 매우 독특하고 재능이 가득했던 무대는 관객을 환호하게 하는 새로운 기대감을 지니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의 깊이감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대작이 지니고 있는 특별하고 신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