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향해 떠난다. 1박 2일 여정이다. 새벽에 일어나 어젯밤 꾸려놓은 배낭에 빠진 것을 채워 넣는다. 1박이니 여벌 옷을 챙기고 잠옷, 수건, 속옷, 양말, 상비약, 물, 화장품, 세면도구 등은 필수이다. 스마트폰으로 날씨 검사를 한다. 토, 일 맑음, 일요일 오후 비. 우산과 우비를 챙긴다. 마지막으로 간식을 준비한다. 오이를 먹기 좋게 잘라 비닐봉지에 넣고 방울토마토는 씻어 팩에 넣는다.
도심을 벗어나자 넓은 논밭이 펼쳐지고 푸른 숲이 펼쳐진다. 희끗희끗 보이는 나무는 아카시아 일 거다. 이 계절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의 향기는 얼마나 좋은가! 또 그 향이 얼마나 멀리 가는지 나무가 보이지 않아도 향기만으로 어떤 나무인지 알겠다.
하늘이 가을처럼 파랗다. 맑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퍽 한가로와 보인다. 버스에 오르자 새벽녘에 못 잔 잠을 보충한다. 울산까지는 몇 시간이나 걸릴까? 오전 중엔 도착하겠지. ‘울산’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경상도 쪽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가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 울산시의 초청으로 가는 여행이다. 도보까페에 가입하여 따라다닌 지 어언 10여 년이 된다. 직장생활 하면서도 틈틈이 다녔다. 젊었을 때부터 하던 여행이라 지금도 떠나는 길이 가볍다. 이런 좋은 습관을 지니게 된 것에 스스로 감사한다.
도보여행의 매력은 첫째 운동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 여행지의 속살 깊은 곳까지 가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셋째 그곳의 풍광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걸어 가슴에 담으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울산시에 도착했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시작하여 울산~ 영덕~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총 50개 코스이며 770km의 길이다. 풍광 좋은 선암호수 공원에 차를 세우고 점심을 먹었다. 도시락 싸기가 번거로워 오늘은 김밥이다. 야외에 나오면 무엇이든지 맛있다.
첫날 해파랑길 6코스인 선암호수공원길, 태화강 십리대숲길을 걸었다. 이름과는 달리 대숲길은 짧았다. 잘 조성된 선암호수 공원을 걸으며 어디선가 비슷한 호수공원이 생각난다. 요즘은 인공적으로 다듬어지는 공원들의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리라. 안타깝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었으면 좋으련만 지자체마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느라 그런지 구간마다 데크를 설치해 놓고 흙 대신 마포를 깔아놓은 느낌도 비슷하다. 비가 오는 날에도 보송보송한 느낌으로 걸을 수 있겠다 싶다. 태화강 십리대숲길까지 오늘 도보거리는 13km.
둘째날 청소년수련원에서 1박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숙소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폰에 풍경을 담았다. 해파랑길 10코스인 북구 정자항 남방파제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울산 해파랑길 개막식 및 걷기 축제에 참석하러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고래가 춤추는 동해를 걷다’를 주제로 열린 행사는 식전 축하공연과 개회식, 조각보 퍼포먼스, 고적대 연주와 드론 퍼포먼스, 걷기 등으로 진행됐다. 해파랑길이란 글자가 새겨진 색동 조각보가 바닷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조각보를 만든 유명한 살림꾼이며 보자기 예술가 효재님이 식에 참석했다. 요즘 그녀의 책을 읽고 있는데 반갑다.
축제가 끝나고 걷기 시작했다. 정자항 북방파제에서 출발해 몽돌도서관, 강동화암주상절리를 지나 신명 해변에 도착했다. 바로 해변 옆을 지날 때 세찬 바람이 분다. 하얀 파도가 내게 바닷물을 안겨주고 사라진다. 갑자기 파도에 휩쓸릴까 봐 겁이 난다. 산길이나 임도길을 걸을 때 보다 해변길을 걷는 것이 힘이 배로 든다. 모래 위를 걸으면 발이 푹푹 빠져 걷기가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는 10코스를 걸었다. 힘들지만 도보여행은 언제나 나에게 색다른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