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 들인 韓佛 문화 교류, 韓流 디딤돌 될까
입력 : 2016.06.13 03:00
['한·불 상호 교류의 해'의 明暗]
파리 샤요 국립극장에 오른 韓 현대무용 '이미아직' 큰 호평
'한국도자 명품전'도 관객 몰렸지만 무료 전시에, 현지 언론보도 적어
"한국 측서 돈 너무 쓴다" 시각도
박수와 환호가 1200석 규모의 프랑스 파리의 샤요(Chaillot) 국립극장을 메웠다. 커튼콜이 네 차례나 이어졌다. 지난 9일 밤(현지 시각) 한국 현대 무용 5편을 잇달아 무대에 올리는 이 극장의 '포커스 코레' 시리즈 첫 작품인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안무 안애순)이었다. 1939년 최승희의 전설적인 무대 이후 이 극장에서 한국 무용이 공연된 것은 77년 만의 일이다.
죽은 자와 산 자를 한 무대에 등장시켜 한국적 샤머니즘의 미학을 보여준 '이미아직'은 수준 높은 파리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관객 안드레아 베유씨는 "춤을 유희처럼 풀어내는 것이 흥미로웠고, 탈과 소리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안무 조세 몽탈보)와 이인수·김판선·안성수의 안무작이 공연되는 '포커스 코레'는 개막 전부터 현지에서 관심을 모았고, 티켓 가격 35유로(약 4만6000원)인 '이미아직'의 첫날 공연 유료 관객 점유율은 70%를 넘어섰다.
◇파리지앵이 주목하는 한국 문화
한류(韓流)가 유럽 문화의 중심인 파리에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류의 주류였던 K팝과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용·연극·미술·전통예술 등 각 분야로 확대되면서 유럽의 지적인 문화 수요자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파리지앵이 주목하는 한국 문화
한류(韓流)가 유럽 문화의 중심인 파리에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류의 주류였던 K팝과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용·연극·미술·전통예술 등 각 분야로 확대되면서 유럽의 지적인 문화 수요자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오후 파리의 대표적 전시장인 그랑팔레의 '흙·불·혼―한국 도자 명품전'에선 관람객 10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유물을 감상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이 20m 넘게 줄을 섰다. 왕궁 정원인 팔레 르와얄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가 정현의 전시 '서 있는 사람'은 "작품들이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국립창극단의 '마담 옹(변강쇠 점 찍고 옹녀)', 지난해 무용가 안은미의 '막춤' 공연도 파리지앵의 화제였다. 지난 1~7일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특별 주간' 동안 프랑스 9개 도시에서 열린 14개 행사의 총관람객은 13만명이었다.
◇한국이 140억원 투입… 한·불 교류의 명암(明暗)
'한국의 문화적 역습'이라 할 이 같은 현상의 배후에는 140억원 가까운 한국 정부의 예산 투입이 있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로 1년4개월(프랑스 내 한국의 해 2015.9~2016.8, 한국 내 프랑스의 해 2016.1~12) 동안 139억원의 사업비를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문체부 국제 문화 교류 예산 총액 1125억원 중 8%(90억원)가 여기에 투입됐다. 프랑스 정부는 사업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기업 후원 형식이 많아 한국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30주년'이란 애매한 숫자에 맞춰 굳이 이런 큰 행사를 연 것은 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프랑스는 최근 남아공(2012), 베트남(2013), 중국(2014), 싱가포르(2015) 등과 '상호 교류의 해'를 진행해 왔고 다음 파트너가 필요했다. 한국은 유럽에 한류를 본격적으로 알릴 계기가 절실했고, 프랑스는 파급 효과 면에서 좋은 나라였다. 전체 행사 357건 중 '프랑스 내 한국의 해'가 214건(60%)으로 '한국 내 프랑스의 해' 143건(40%)보다 훨씬 많은데, 지난해 기준 우리 정부 사업비 90억원 중 76억원(84%)이 전자에 쓰였다. 행사의 중심축이 '한국 문화, 유럽에 알리기'에 있는 것이다.
한계도 보인다. '한국 도자 명품전'의 경우 국보·보물 11점을 포함한 유물 300여점을 대거 반출시켰지만 정작 현지에선 무료 전시였다. 아직도 자세를 낮춰 '이런 것이 있는데 와서 봐 달라'고 홍보하는 단계라는 얘기다. 프랑스 TV에선 행사 관련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 "대중문화가 아니면 지속적 관심을 갖는 사람은 일부인데, 한국이 너무 돈을 많이 쓰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한국·프랑스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 입장에선 적은 예산으로 해외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고, 안무가 몽탈보가 한국 무용을 안무하게 하는 등 자국 예술가의 해외 공연을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류 업그레이드, 성공할 수 있을까
'프랑스 내 한국의 해'가 현지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박재범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은 "프랑스인들은 한국에 대해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은 나라 정도로 알다가 최근 휴대전화·TV 등 전자제품으로 익숙하게 됐는데, 이제 그 문화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36년 동안 아파트 반(半)지하에 있던 파리 한국문화원이 내년 4배 커진 규모로 확장 이전하는 것은 '한·불 상호 교류의 해' 분위기를 이어 '유럽의 한류 전초기지'를 재정비하는 의미가 있다. 이런 노력이 한류의 진화로 이어질지, 헛돈만 쓴 자기만족에 그칠지는 내년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같다.
◇한국이 140억원 투입… 한·불 교류의 명암(明暗)
'한국의 문화적 역습'이라 할 이 같은 현상의 배후에는 140억원 가까운 한국 정부의 예산 투입이 있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로 1년4개월(프랑스 내 한국의 해 2015.9~2016.8, 한국 내 프랑스의 해 2016.1~12) 동안 139억원의 사업비를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문체부 국제 문화 교류 예산 총액 1125억원 중 8%(90억원)가 여기에 투입됐다. 프랑스 정부는 사업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기업 후원 형식이 많아 한국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30주년'이란 애매한 숫자에 맞춰 굳이 이런 큰 행사를 연 것은 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프랑스는 최근 남아공(2012), 베트남(2013), 중국(2014), 싱가포르(2015) 등과 '상호 교류의 해'를 진행해 왔고 다음 파트너가 필요했다. 한국은 유럽에 한류를 본격적으로 알릴 계기가 절실했고, 프랑스는 파급 효과 면에서 좋은 나라였다. 전체 행사 357건 중 '프랑스 내 한국의 해'가 214건(60%)으로 '한국 내 프랑스의 해' 143건(40%)보다 훨씬 많은데, 지난해 기준 우리 정부 사업비 90억원 중 76억원(84%)이 전자에 쓰였다. 행사의 중심축이 '한국 문화, 유럽에 알리기'에 있는 것이다.
한계도 보인다. '한국 도자 명품전'의 경우 국보·보물 11점을 포함한 유물 300여점을 대거 반출시켰지만 정작 현지에선 무료 전시였다. 아직도 자세를 낮춰 '이런 것이 있는데 와서 봐 달라'고 홍보하는 단계라는 얘기다. 프랑스 TV에선 행사 관련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 "대중문화가 아니면 지속적 관심을 갖는 사람은 일부인데, 한국이 너무 돈을 많이 쓰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한국·프랑스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 입장에선 적은 예산으로 해외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고, 안무가 몽탈보가 한국 무용을 안무하게 하는 등 자국 예술가의 해외 공연을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류 업그레이드, 성공할 수 있을까
'프랑스 내 한국의 해'가 현지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박재범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은 "프랑스인들은 한국에 대해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은 나라 정도로 알다가 최근 휴대전화·TV 등 전자제품으로 익숙하게 됐는데, 이제 그 문화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36년 동안 아파트 반(半)지하에 있던 파리 한국문화원이 내년 4배 커진 규모로 확장 이전하는 것은 '한·불 상호 교류의 해' 분위기를 이어 '유럽의 한류 전초기지'를 재정비하는 의미가 있다. 이런 노력이 한류의 진화로 이어질지, 헛돈만 쓴 자기만족에 그칠지는 내년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