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더께 앉은 가구들, 인간의 삶을 품다

수집가들은 컬렉션에도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조선 가구는 어느 정도 내공이 쌓여야 눈에 들어온단다. 그 가치를 알아채는 단계가 결코 수월치 않다는 것이다. "숱하게 여닫고 매만진 손길이 스쳐 축적된 생채기와 세월의 더께가 눈 밝은 이들의 감성을 흔든다. 인간 삶의 총체를 한 몸에 품은 에센스다."(최공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눈 밝은 관람객이 반길 만한 전시가 이화여대 박물관(관장 장남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화여대 개교 130주년을 맞아 마련한 '목木·공工' 특별전이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실제 생활에서 사용됐던 목가구와 목공 소품 100여점을 2층 전시관에 촘촘히 채웠다. 문인 사랑방의 탁자와 서안(書案), 각종 문방 소품, 여인의 내실에서 사용했던 장롱과 문갑, 궤와 함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넓은 전시장에 소반만 모아놓은 4전시실은 현대 디자인 전시장 못지않은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반원형 전시 공간에 소반 30여점을 3층으로 펼쳐놓았다. 주칠·흑칠한 원반(圓盤), 다리 형태가 호랑이 다리같이 날렵한 호족반(虎足盤), 여러 가지 무늬를 투각 장식한 해주반, 투박한 모양의 강원반…. 디자인도 생산지도 다양하다. 소반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조선시대에는 남녀노소, 신분 고하(高下)에 따라 식사를 구분하고 1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집집마다 여러 개의 소반이 필수였다. 12월 31일까지. (02)3277-3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