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처음 상업화… 경남·제주는 된장 양념, 경북·강원은 고추장에

'국물의 민족'답게 한국인은 여름이면 차가운 국에 말아 먹는 걸 즐긴다. 냉면이나 밀면처럼 찬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것은 물론 생선이나 고기도 차가운 국에 넣어 훌훌 마신다.

물회는 생선을 회로 쳐서 찬 육수에 담가 먹는 음식 문화다. 장기(長期) 어업이 본격화된 1940년대 이후 생겨났다. 경상남도와 제주도 물회는 된장이 기본 양념이고, 경상북도와 강원도 등 동해안에서는 고추장이 기본이다.

경북 포항은 물회를 처음 상업화한 곳이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이용해 배에서 간편하게 먹던 물회를 1961년 어느 선원의 아내가 팔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살아서 펄떡거리는 생선회를 쳐서 배를 채 썰어 넣고 참기름, 설탕, 마늘, 고추장 등 갖은 양념을 섞어 잘 비벼 놓은 후 얼음물을 부어 국수처럼 말아놓은 것이 물회이다. 생선 중에서도 영일만 일대에서 잡히는 돈지(가자미의 일종)여야만 제맛이 난다고 한다. 물회의 특징은 회지만 절대로 식초를 사용하지 않고 고추장만을 사용한다'(1973년 7월 31일자 조선일보).

요즘은 과거에 비해 채소가 많이 들어가며 과일 육수를 섞은 물회가 포항은 물론 동해안 전체에서 유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물회도 주로 이런 동해안식이다. 전남 장흥에서는 된장물회를 먹는다. 어부들의 여름 음식이 1990년대 이후 낚시꾼들에게 알려지면서 대중화됐다.

제주도에서는 자리돔이 주재료다. '자리회냉국, 오도독오도독 씹을수록 고소한 듯하면서도 야릇한 묘미가 돈다. 뼈가 아작아작 씹히면 더욱 고소한 맛이 돈다. 처음엔 어떤 생선을 날로 토막 쳐서 회로 넣은 것인 줄 알았는데 주인의 말인즉 한 토막이 아니라 한 마리였다. 자리라고 부르는 한 치 정도의 이 생선을 대가리 끝과 꽁지 및 지느러미를 떼고 고추장, 깨소금, 고춧가루, 파, 마늘 등 양념과 함께 된장을 섞어 물에 띄워 먹는다'(1958년 11월 4일자 동아일보). 물회가 냉국이나 찬국(창국)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