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그리고 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타인의 죽음과 남은 가족들의 슬픔을 지켜보며 가까이에서 그들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에 대해 냉철하게 대해야 하는 직업. 죽음에 대항하여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기에 어떤 직업보다 죽음을 많이 접하는 사람. ‘참 괜찮은 죽음’은 병원에서 환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의사가 들려주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인 헨리 마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1.5kg의 뇌를 다루는 영국의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다. 다른 의학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헨리 마시가 다루는 분야는 죽음과 가까이 있다. 자칫 실수하면 삶이 죽음으로 바뀌고, 죽다 살아난다 해도 언어능력이나 신체일부에 마비가 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기대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의사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의사의 신분으로 환자와 그 가족들이 죽음을 대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1인칭 시점에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가 겪은 25가지 에피소드에는 통해 살아난 사람, 죽은 사람,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가 겪은 죽음에 관한 일화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죽음과 지인의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며, 어떻게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의사로서 ‘괜찮은 죽음’의 조건을 찾아온 30년의 여정에서 저자가 찾은 답은 그가 직접 경험한 어머니의 임종과 닿아있다. 그의 어머니는 임종을 앞두고 “멋진 삶이었어.”라는 말을 남겼다. 그 한마디는 떠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 모두에게 ‘참 괜찮은 죽음’으로 남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잘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죽음에서도 마찬가지가 필요하다. 떠나는 사람, 떠나보내는 사람인 동시에 남아있는 사람 모두 삶의 마무리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잘 떠나보내는 사람은 자신도 잘 떠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수술에 희망을 거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고,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존엄을 지키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마지막 순간에서 의사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이 자신들의 최선의 답을 따르도록 지켜봐야 하는 존재이다.

“초연함과 연민 사이에서, 그리고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외과의사의 시도와 실패에 대한 것이다”라는 이 책의 서문은 그동안 ‘슬픔’, ‘어둠’, ‘불안함’ 등 부정적인 생각으로 피해왔던 생의 마무리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참 괜찮은 죽음’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동안 ‘참 괜찮은 죽음’을 위해 준비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