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근하고 어린이집 가도… 육아 공백 2시간

"퇴근이 원래 많이 늦으세요?"

육아휴직을 끝내고 36개월 딸아이를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맡긴 5년 차 맞벌이 주부 김모(36)씨는 최근 어린이집 교사의 싸늘한 질문에 마음이 상했다. 김씨가 '칼퇴근'(정해진 시각에 퇴근)하고 부리나케 어린이집을 찾은 시각은 오후 6시 20분.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이미 꼴찌로 남은 아이의 신발까지 신긴 채 현관에서 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을 교사와 함께 있던 아이를 생각하니 불쌍해서 눈물까지 났다"고 했다.

맞벌이 가정 '직장맘'들은 어린이집만 의존해선 제대로 직장 다니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12시간 동안 맡기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전국 보육 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어린이집 눈치 보느라 직장맘들이 실제 아이를 맡기는 시간은 하루 평균 7.6시간에 불과했다. 엄마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출퇴근 시간 포함)은 작년 평균 9.4시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고 해도 '1.8시간의 보육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부조리 바꾸려면 '맞춤형 보육'해야"

국책 연구소인 육아정책연구소는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6년 제1차 육아선진화 포럼'을 열고 "2015년 전국 보육 실태 조사(영·유아 자녀 2593가구 대상)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엄마들이 오후 3~4시에 하원을 시키다 보니 하루 12시간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다는 건 말뿐이고 직장맘도 어린이집 눈치를 보며 아이를 일찍 데리고 오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를 수행한 김은설 연구위원은 "취업모의 영·유아들도 어린이집 하원 시각은 오후 3~4시가 26.6%, 오후 4~5시가 30.8%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보육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 '남의 손'을 빌리는 현상도 관찰됐다. 시부모·친정 부모와 함께 살거나 혹은 근처에 살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도록 부탁하거나, 육아·하원 도우미를 쓰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경제적 추가 부담은 만만치 않다. 취업모 박모(32)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 씻기고 저녁 먹이고 놀아주는 하원 도우미를 쓰는 데 하루 4시간(오후 4~8시)에 4만원씩 한 달에 80만원쯤 든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맞춤형 보육'이 시행돼 종일반과 맞춤반 구분을 뚜렷이 해 부모 요구와 특성을 충실하게 하면 자녀를 오후 7시 반까지 당당하게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들 불안은 여전"

직장맘은 필요한 만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아이를 꼭 오래 맡길 필요가 없는 부모들은 오후 3시쯤까지만 짧게 맡기는 '맞춤형 보육' 취지에 공감하는 학부모(76.2% 찬성)가 많다. 정부와 여야는 예정대로 7월부터 맞춤형 보육을 하되 종일반 대상이 되는 다자녀 기준을 기존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맞춤반의 '기본 보육료'는 종전 지원 금액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16일 밝혔지만 야당 일각에선 여전히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학부모 이하연씨는 "일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서라도 맞벌이 부부도 어린이집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