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에 새긴 민족의 恨과 興… '오윤'을 돌아보다

민중미술 대표 작가인 오윤(1946~1986)의 3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 세계가 재조명된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24일부터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드로잉 100여점을 포함해 유화, 판화, 조각 250여점으로 구성된 '오윤 30주기 회고전'이 열린다.

소설 '갯마을'을 쓴 소설가 오영수(1914~1979)의 장남인 오윤은 토속적인 색채로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그려냈다. 1969년 진보적 미술단체인 '현실 동인'에 참여했고, 1979년 민중미술의 중심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 작가로 활동했다.

호랑이, 도깨비가 등장하는 설화와 민담 그리고 칼춤과 같은 전통 무속을 접목한 작품으로 시대상을 뒤틀어 민중미술은 호전적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렸다. 작품을 단지 비판과 선전 도구가 아니라 한(恨)과 흥 같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아 소통의 도구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민중미술의 공감대를 넓힌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대표 장르인 목판화를 중심으로 '통일대원도' 같은 유화 작품이 등장한다. 핵심은 친척이 소장하던 스케치북 속에 잠자고 있었던 미공개 드로잉들. 오윤이 20대 후반이었던 1970~75년에 그린 그림으로, 모색기의 작품이다. 색연필, 크레파스, 먹 등을 사용해 굵직하면서도 빠르게 인물, 불상 등을 그렸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윤범모씨는 "드로잉은 오윤 예술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선묘(線描)를 통한 표현이 이후 작품에 미친 영향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7일까지.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