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양귀비'로 꽃길 만든 안동市

경북 안동시가 도심 조경용으로 양귀비꽃 수천 주를 심었다가 폐기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경에 쓰이는 '꽃 양귀비'가 아닌 마약 성분을 추출할 수 있는 양귀비를 심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다. 안동시는 지난 3월 중순쯤 경북도민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낙동강변 도로를 따라 양귀비를 심어 꽃길을 만들었다. 이 양귀비는 안동시농업기술센터가 지난해 가을 직접 파종해 재배한 1만여주 가운데 일부를 모종 형태로 시에 제공한 것이었다. 그런데 도민체전이 끝난 지난달 16일 안동경찰서에 '강변에 마약 양귀비가 자라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양귀비 표본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모두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안동시는 국과수 결과를 통보받자 황급히 문제의 양귀비 3880여주를 수거해 폐기 처분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일반 방문객에게 받은 양귀비 씨앗을 파종했다. 관상용 양귀비인 줄 알았지 마약용 양귀비인 줄 전혀 몰랐다"며 "씨앗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양귀비는 전 세계에 250여개 품종이 있다. 이 중 마약 성분을 추출할 수 있어 재배가 금지된 양귀비는 두 종류뿐이다. 이런 양귀비 품종의 열매에 상처를 냈을 때 나오는 젖빛 진액을 말려 굳힌 것이 천연 마약의 일종인 생아편이다. '꽃 양귀비'로 불리는 관상용은 줄기와 꽃봉오리에 잔털이 나 있다는 점이 '마약 양귀비'와 다르다. 안동시는 "조경용으로 마련한 꽃 51만주 중 일부였던 양귀비 꽃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현행법으로는 양귀비 50주 이상을 재배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실수로 심은 것이어서 사건 처리에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