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24 10:04

고성 해파랑길을 걷다 (2) 둘째 날

7시 아침 식사. 8시 출발이다. 버스에 오르자 오늘 지켜야 할 사항들을 말해준다. 오늘 코스는 해파랑길 50코스이다. 통일 안보 공원~ 명파초교~제진검문소~ DMZ박물관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서 신고 때부터 헌병들이 나와 정확한 인원파악을 한다. 아줌마들이 친구랑 함께 걷겠다고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우리는 몇 번씩 번호를 붙여 소리 질러야 했다. 한 줄 서기로 130명의 인원이 줄을 서서 걸으니 볼거리 중 하나다. 우리들의 아웃도어복은 또 얼마나 원색적인가. 우리는 꼭 국토순례단 같다.

세멘트길을 한 시간가량 걸었다. 통일 안보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발에 열기도 빼주고 화장실도 다녀온다.

한참을 걸으니 대한민국 최북단에 있는 명파초등학교가 보인다. 아무도 지나는 사람이 없다. 가끔 나이 어린 군인들이 초소를 지키고 있는 모습만 보인다. 우리들의 행군 때문인지 길 중간마다 헌병 마크를 단 군인이 두 명씩 서 있다. 우리의 막내아들 같다. 지나가며 손을 흔들어주며 수고로움에 감사한다.

명파해변길은 소나무 숲에 가려 간간이 볼 수 있다. 산길을 오르내리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행군을 계속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조금 북으로 올라가니 민통선 구간이 나온다. 초계 근무하는 군인이 나와서 다섯 명씩 열을 맞춰 인원을 파악한다.

제진 검문소를 지나 시멘트 길을 걷는다. 옆에는 차들이 달리고 있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가끔 불어주는 고마운 날씨이다. 햇빛이 쨍쨍 비치는 날씨라면 생각만 해도 덥다.

발바닥이 이상하다. 한 줄로 쉼 없이 걷는 데 이탈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렇다고 물집 생기게 방치할 수도 없고, 걸으면서 준비를 한다. 배낭을 앞으로 돌려 스포츠 테이프를 꺼냈다. 흙길보다 시멘트 길을 많이 걷게 되면 간혹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를 위하여 잘라 가지고 다닌다. 가방을 다시 뒤로 매고 적당하게 앉을 공간이 있을 때 앉아 재빠르게 양말을 벗고 테잎을 발바닥에 붙였다. 빨리 대열에 합류한다. 안심이다.

원래 제진검문소부터 통일 전망대까지 걷기가 안 되는 길이다. 차량만 통행할 수 있다. 특별히 해파랑길축제에 맞춰 군 당국의 허가를 맡아 걸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진짜 사나이’ 노래를 선창하니 모두 합창을 한다. 걸으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통일 전망대 차량출입통제소를 지나 제진리로 들어선다. 발바닥에 불이 난 듯 지쳤지만, 앞에 보이는 통일전망대를 두고 그냥 갈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가족들과 여행을 왔는지 전망대 오르는 길은 사람들로 복잡했다. 날씨가 흐려 북녘땅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날씨처럼 마음도 흐렸다. 전망대 관람 후 다시 내려와 DMZ박물과 앞 잔디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6·25 전쟁의 흔적들이 있었다. 구멍 뚫린 철모, 형체만 있는 군화, 포탄에 찢어진 철로 된 국군의 무기들. 전쟁 때 쓰였던 유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어떤 것은 갈기갈기 찢어진 채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희망의 메시지를 매달아두는 나무가 있다. 예쁜 카드에 한 줄 적어서 나무에 매달았다. 희망나무 앞은 박물관 분위기와 달리 밝은 희망이 보인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자고요."

박물관 관람을 뒤로하고 올라오는 길에 고성 젓갈 파는 곳을 찾았다. 가격도 맛도 서울과 다를 바 없지만, 많이들 구매한다. 도보여행하는 우리 팀들은 농산물 현지구매를 잘하는 편이다. 이런 여행을 공정여행이라 하던가. 버스에 다시 탑승하고 이제 피곤함을 맘껏 즐기는 시간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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