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油價… 中 경제 경착륙 땐 하락, 셰일 감산·경기 회복 땐 상승

우리나라는 원유를 대부분 수입해 쓰기 때문에, 국제 원유 가격 변화가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다른 나라보다 큽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국제 유가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원유 가격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은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에 따라 올해 초 배럴당 23달러 수준까지 폭락했지만, 5개월 사이에 두 배 이상인 4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최근 주요 에너지 관련 기관들이 국제 유가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은 5월과 6월에 유가 전망을 각각 5.5달러와 2.5달러 올려 연평균 유가를 42~43달러로 전망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이전보다 상향 조정하고, 연평균 가격 전망치도 1.6달러 높인 41달러로 바꿨습니다.

지난달 로이터가 주요 기관 33곳의 국제 유가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반기 국제 유가 전망치 평균은 47.3달러, 연평균은 43.6달러로 조사됐습니다. 대략 현재 유가 수준으로 예상한 곳이 많은 셈입니다. 올해 하반기 국제 유가는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게 있을까요?

◇수요 측면에서 중국 경착륙 여부·브렉시트 중요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원유 수급, 석유 생산국을 둘러싼 외교 상황, 국제 투기 자금의 흐름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올 하반기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제 원유 수급 상황의 변화입니다.

세계 원유 수요는 저유가와 세계 경기 회복으로 작년보다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급에 큰 변화가 없다면, 수년간 지속된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 초과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올해 하반기 국제 유가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는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과 영국이, 석유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과 OPEC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원유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계 경제 상황 변화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5년 3.1%에서 2016년 3.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세계 경제성장률의 상승은 원유 수요 증가와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예상을 깨고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충격을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착륙 여부는 중국이 최근 석유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제 석유시장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세계 석유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6.4%에서 2015년 11.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향후에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석유 비축 확대 정책은 최근 국제 석유시장에 나타난 초과 공급 현상을 완화시켜 왔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 상황과 석유 비축 정책의 변화는 원유 수급 및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만약 중국 경제의 경착륙 현상이 나타나면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또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으로 인해 유럽 지역 국가들의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EU 탈퇴가 유럽 지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경우 석유 수요 증가는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 유가를 낮추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셰일 오일 주목

공급 측면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최근 2년간 저유가 현상을 야기했던 미국 셰일 오일 생산이 감소세로 전환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의 원유 생산은 감소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경제 제재 해제로 인한 이란의 원유 수출 증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장점유율 확대 정책으로 OPEC 국가의 생산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비(非)OPEC 국가의 원유 생산 감소 규모와 OPEC 국가들의 원유 생산 증가 규모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원유 공급은 전년 수준을 유지합니다.

셰일 오일의 생산량 증가는 세계 석유시장에 초과 공급 현상을 야기했으며 2014년 하반기 이후 나타난 국제 유가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셰일 오일은 평균적인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50~60달러 이하 유가 수준에서도 생산이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에는 본격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셰일 오일 생산의 감소는 하반기에도 지속돼 국제 유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나이지리아·리비아·시리아·예멘 등 국가의 정치적·사회적 불안으로 인해 석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공급을 줄이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정반대로 OPEC은 생산량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OPEC 내에서 생산량 1·3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생산량 증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초 개최된 OPEC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으로 인해 생산량 동결이나 감소는 합의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국제 유가의 하락 요인입니다. 올해 11월에 예정된 OPEC 회의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OPEC 생산량 동결 또는 감축에 합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이 같은 상승·하락 요인이 상쇄(相殺)할 가능성이 높아 가격도 현재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셰일 오일 생산 감소, 세계 경기 회복·저유가로 인한 수요 증가가 국제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겠지만, OPEC 국가들의 석유 생산량 증가 경쟁 심화, 중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 둔화 위험 등 하락 요인과 균형을 이룰 전망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