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이끈 삼총사, 황정민·히어로·존 카니

극장의 표정은 하반기에 더 밝은 법이다. 여름 방학과 추석 연휴, 크리스마스는 그때 몰려 있고, 상반기에는 꽃놀이나 야유회 때문에 극장 찾는 발길이 뜸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극장가는 예년보다 더 궁핍한 '춘궁기'(3~4월)를 겪었다. 하지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아가씨'가, 비경쟁 부문에 '곡성'이 초청받으면서 5월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5일 현재까지 상반기 전체 관객은 9244만명. 지난해엔 9507만명이었다.

①믿고 보는 황정민?

상반기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든 한국 영화는 다섯 편. 이 중 세 편에 황정민이 출연했다. 970만명을 동원하며 최고 흥행작이 된 '검사외전'과 '곡성'(684만명) '히말라야'(263만명)다. 지난해에도 그가 주연한 '국제시장' '베테랑'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 기세가 올 상반기에도 이어지면서 '믿고 보는 황정민'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는 지난달 조선일보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관객 1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남자 배우 1위'에 올랐다.

'검사외전'은 설 연휴 극장가의 승자가 됐지만, 1812개 상영관을 장악해 얻은 결과였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했다. 흥행작이 상영관과 관객을 독식하는 쏠림 현상도 심해졌다. 올해 상반기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이 동원한 관객이 전체 관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9.9%다. 지난해 51.5%보다 8%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②수퍼히어로와 애니메이션의 독식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외화 다섯 편은 모두 수퍼히어로 코믹스(미국 만화책)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거나 애니메이션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8만명) '주토피아'(470만명) '쿵푸팬더3'(398만명) '데드풀'(332만명) '엑스맨:아포칼립스'(293만명)다. 이 중에서도 '주토피아'를 제외하면 모두 시리즈 영화다. 영화 프랜차이즈의 '브랜드'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강해진 것이다.

'남자 주인공 두 명을 내세워야 영화가 잘된다'는 영화계 속설도 올 상반기에 뒤집혔다. 위안부를 다룬 '귀향'(359만명)과 두 여성 간의 연대와 사랑을 담은 '아가씨'(400만명)가 상반기 흥행 10위권 안에 들어갔다. 다양성 영화에서도 두 여성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캐롤'(32만명)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③한국과 찰떡궁합, 존 카니 감독

'싱 스트리트'가 상반기 다양성 영화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관객들의 존 카니 감독 사랑을 입증했다. 존 카니 감독은 '원스' '비긴 어게인'과 같은 음악 영화를 연출했다. 두 편 모두 해외에 비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키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주연의 '비긴 어게인'과 달리 '싱 스트리트'에 잘 알려진 배우들이 하나도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전한 셈이다. 편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영화에 삽입하는 존 카니 감독의 장기가 음악 영화를 선호하는 한국 관객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다양성 영화의 흥행 성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저조하다. 지난해 흥행작 1위 '위플래쉬'는 159만명을 동원한 데 반해, 올해 상반기 1위인 '싱 스트리트'는 25일까지 55만명을 모았다. 이 부문에서 한국 영화의 성적이 특히 저조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소셜포비아' '화장'과 같은 국내 감독의 다양성 영화 4편이 10위권에 오른 데 반해, 올 상반기에는 '글로리데이' 단 한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