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에 우뚝 세운 에코 아산

충남 아산시는 온천으로 이름난 고장이다. 백제 시대에는 끓는 우물이라는 뜻의 탕정(湯井)군으로, 고려시대에는 온수(溫水)군으로 불렸다. 조선 시대 왕들은 온양온천에 지어진 온양행궁에서 휴양을 즐겼다. 청정한 아산평야에서 생산된 쌀과 탕정 포도도 유명했다.

2003년 탕정면에 디스플레이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아산은 변화의 급물살을 탔다. 이곳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액의 24.2%(2014년 기준)를 차지하는 국제 디스플레이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라는 고사성어에 빗댄 '탕정벽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에만 탕정 공장에 4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 가능한 현대자동차 공장(1996년 완공)과 디스플레이 단지는 아산을 산업 도시로 일으킨 원동력이었다. 1995년 아산이 시로 승격한 이후 인구는 2배(15만8000명→31만명), 재정 규모는 5배(1773억원→9017억원)가 됐다.

하지만 제조업에만 의존해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아산시는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친환경 녹색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2011년 아산시 배미동에 지은 환경과학공원이 대표적이다. 면적 10만7809㎡에 달하는 공원엔 쓰레기 소각장과 주민들을 위한 건강문화센터(사우나·찜질방·헬스장), 생태곤충원, 장영실과학관이 들어섰다.

환경과학공원의 상징은 높이 150m인 소각장 굴뚝. 전망대이기도 한 이곳에선 곡교천을 중심으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아산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처음 전망대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여기가 소각장 굴뚝인 줄은 전혀 생각 못 했다"고 놀라곤 한다. 공원 내 모든 시설물에 공급되는 난방과 온수는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폐열을 사용한다. 시는 남은 폐열을 인근 제지 공장에 팔아 최근 2년간 53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전망대 지상 1층에 있는 생태곤충원에는 열대·아열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 116종과 곤충 40여 종이 자라고 있다. 생태체험장으로 소문이 나면서 작년에만 20만명이 다녀갔다. 건강문화센터에도 20만명이 방문했다. 공원을 찾은 윤희원(41·경기도 평택시)씨는 "아이들이 곤충원과 장영실과학관에서 곤충을 만지고, 과학 기구를 움직여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더라"고 말했다.

장영실과학관에는 아산(牙山)이 본관인 조선 시대 발명가이자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와 조선 시대 과학기술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운동에너지, 빛의 성질 등 기초과학 분야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체험 시설도 마련됐다.

강일 아산생활자원처리장 주민협의체 위원장은 "공원이 알차게 지어져 마을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주민을 위한 발전기금까지 지원되면서 소각장 건설을 반대했던 주민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환경과학공원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작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전국 최대 규모의 가축 분뇨 에너지화 시설과 환경과학공원을 묶어 친환경 에너지 타운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환경과학공원에서 500m쯤 떨어진 신창면의 가축 분뇨 에너지화 시설은 양돈 분뇨를 처리할 때 나오는 바이오가스(메탄)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0t의 분뇨를 처리하면 2만㎾(약 1400가구 사용 가능)의 전기가 생산된다. 바이오가스를 뽑아내고 남은 액체는 액상 비료로 만들어 인근 농가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전기와 비료 외의 잔여물이 생기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는 쓰레기 소각장과 가축 분뇨 에너지화 시설에서 나오는 폐열을 세탁 공장과 곤충 사육, 파프리카 온실 사업에 이용할 계획이다.

복기왕 아산 시장은 "대규모 공단을 앞세운 제조업이 아산의 과거였다면, 친환경 에너지 타운은 아산시의 미래"라면서 "환경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해 환경을 보전하고 주민 소득도 늘리는 일거양득의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