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비극은 누구나 공감"

지난 24일 모스크바 중심가 악차브리 극장. 러시아 영화계 관계자와 영화 팬 300여명이 모여들었다. 프랑스 칸, 이탈리아 베네치아,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 이어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특별전이 열렸다.

이준익(57) 감독이 무대에 등장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감독은 "80여년이나 된 모스크바 영화제가 내 영화들을 특별전에 초대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28일까지 계속되는 '한국: 역사와 현대, 이준익 감독 영화' 특별전에는 '사도' '동주' '왕의 남자' '소원' '즐거운 인생' 등 이 감독의 대표작 5편이 러시아 관객들을 만난다.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특별전이 열린 것은 2008년 임권택 감독 특별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개막작으로는 '사도'가 상영됐다. 영화 시작 전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는 러시아 관객 수백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이 감독은 "러시아 역사에도 자신의 아들을 죽인 황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족과 나라를 떠나 인간관계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를 관람한 대학생 마리나 포르피리아(여·21)씨는 "김기덕, 박찬욱 감독 등의 한국 영화를 봤지만 사극(史劇)은 처음"이라며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고 한국의 전통 복식이나 건축 감상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여자', 배기원 감독의 '사죄의 날', 윤재호 감독의 '마담 B' 등 한국 영화 3편이 경쟁 부문에 출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