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투자 기회, 공포심을 버려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당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가져오겠지만, 지금의 공포와 우려는 과도합니다. 이럴 때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겁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에서 글로벌 채권 부문을 총괄하는 찰스 매켄지 CIO(최고투자책임자)는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국인인 그는 1987년 사우스햄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 런던 시티대 카스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이수했다. 이후 JP모건자산운용 등을 거쳐 올 초부터 피델리티의 글로벌 채권 부문 책임자(head)를 맡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에서 직접 '잔류'에 한 표를 던졌다는 그는 "브렉시트가 2008년 리먼 사태 때와 같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는 "기본적으로 브렉시트는 정치 이슈에서 금융 리스크(위험)가 파생된 것인 데다 리먼 때와 달리 은행·기업 등 각 경제 주체들의 재무 건전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이 단기 충격에 빠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 파운드화 약세로 영국 경제성장률이 저하될 것이고,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까지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며 "세계 경제성장률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브렉시트에 대응해 미국 등 각국이 정책 공조를 예고한 만큼 성장 둔화가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오히려 지금 같은 변동성의 시기가 투자자들에게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상 저물가·저금리에서 거시경제 불안은 다른 자산에 비해 채권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단기 불확실성이 큰 주식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채권,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투자 등급 회사채에 분산 투자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등으로 돈이 몰리겠지만,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리려면 국채보다는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탄탄한 기업들의 회사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럽은 ECB(유럽중앙은행)가 최소 내년 3월까지 매달 800억유로(약 104조원) 상당의 채권을 매입하고, 추가 양적 완화도 가능한 상황인 만큼 채권 투자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고 했다. 그는 올 하반기 또 하나의 리스크로 '미국 대선'을 꼽았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11월 대선 결과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 하나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브렉시트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여론조사나 시장 예측을 자산 가격에 미리 반영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불확실성이 큰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들은 동요 없이 냉정함과 침착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