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주는 야릇함이 처음부터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나타나는 연출에 대한 변화와 특별한 무대의상이 또한 시선을 자극하였다.
“경험이 많은 숫처녀”
대권을 이을 아들을 낳기 위하여 10년 동안 많은 처녀들을 궁중으로 불러들였으나 후사가 없어 새로운 처녀를 찾아내어 후궁으로 들여야 하는 제조대감의 고민스런 발언이다. 제조대감의 고민에 궁중의 별정직으로 내시 중 가장 우두머리인 상선이 동참하여 두사람의 비밀스런 계획이 시작된다.
아기 15명을 낳은 숫처녀라는 문구와 에로 코미디라는 장르적 호기심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폭소를 유발한다. 권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이 배우들의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뒷면에 자리한 민초들의 비극적 삶이 씁쓸한 웃음으로 남겨진다.
“임금은 그나마 낫지요. 그깟 씨 좀 없으면 어때요, 없이 산다고 너무 무시하지 마세요”
슬픔을 몸으로 겪으면서 살아가는 힘없는 백성들의 언어를 상선이 대변한다. 임금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상선이지만 그 역시 인생의 슬픈 피해자이다.
가난한 백성 흥부네는 그저 죽으라면 죽을 수밖에 없는 민초의 모습이다. 권력의 의지도 없이 해가 지면 잠을 자고 해가 뜨면 하루의 삶을 이어가지만 가족들을 향하는 사랑은 목숨보다 소중하다. 권력의 노리개가 되어서도 자식들의 목숨을 대신하려는 흥부 아내는 속고 속이는 궁중의 암투에도 아랑곳 없이 오직 소중한 내 자식의 목숨을 연명하여야 하는 어머니로서의 모성애를 보여준다.
과거나 지금이나 기득권층은 힘없는 백성에게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하여 소중한 삶을 빼앗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한다. 극은 이런 기득권층의 횡포를 해학으로 풀어내 폭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아픔을 함께 공감하게 만든다.
한바탕 웃었더니 그것은 희극이 아닌 인생의 한 단면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욕망에 숨겨진 삶의 비극이었다. 고전 속 흥부는 한국 고전작품에서 나타나는 사회성이 표현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딛고 서 있는 현실이 불행할수록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강열한 꿈을 지니게 된다. 흥부는 곧 민중이며 그 민중의 애절한 꿈은 한낱 꿈으로 끝나고 마는 현실이 정곡을 찌른다.
2016년 8월 14일 까지. 대학로 공간아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