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값 2년 만에 최고치… 지금 투자해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할수록 더욱 빛나는 금(金)의 가치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다. 올 초 중국발 세계 금융 불안으로 단기간에 20% 급등했던 국제 금값은 브렉시트발(發) 충격을 맞아 2차 급등세다. 27일(현지 시각) 온스당 1324.7달러를 돌파하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8일에는 소폭 하락했지만 브렉시트 후 3거래일 만에 약 4% 오른 셈이어서 투자자산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올 들어 상승률은 24%에 달한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금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쪽과, "지금 들어가기엔 늦었다. 너무 비싸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금 투자 추천파는 ▲유럽의 정치·경제 불안이 계속될 것이고, ▲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 체제가 지속된다면 금을 찾는 투기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비(非)추천파는 ▲과거 금융 위기 때나 남유럽 재정 위기 때 금값이 반짝 상승에 그쳤고, ▲실질금리 추가 하락 여지가 적기 때문에 앞으로 금값의 추가 상승 여지가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투자자들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금값, 얼마나 더 오를까

헤지펀드계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는 올해 금에 베팅해 또 한 번 대박이 났다. 지난 1분기 세계 최대 금광업체 배릭골드의 지분 1.7%를 2억6370만달러(약 3060억원)에 사들였는데, 이 회사 주가가 올 들어 180% 급등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제프 군드라흐 같은 거물 투자자들 역시 "금에 투자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벌어진 2011년 온스당 19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작년 말 1060달러 선으로 고꾸라졌다. 최근 1300달러대로 급반등했지만 이전 고점(高點)까지는 한참 남았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의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할 조짐이기 때문에 금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돈을 은행에 맡겨봐야 이자를 받기는커녕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 금을 보유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티펠(Stifel)의 한스 올센 글로벌투자전략부문 대표는 CNBC에 출연해 "이 정도 가격대에서 금을 산다는 건 앞으로 엄청나게 잘못된 일이 더 벌어진다는 데 베팅하는 셈"이라며 추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은 변동성도 커서 위험하기 때문에 말리고 싶다는 의견도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센터 강남센터장은 "금값은 수요와 공급이 아닌 해외 투기 세력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금은 안전 자산의 대표 격이지만 역설적으로 개인이 투자하기에 안전한 자산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온스당 1300달러 초반인 금값이 더 올라봐야 1400달러 선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경우 수익률은 6~7%에 불과하다.

◇투자한다면 이렇게

'그래도 불안할 땐 금만 한 게 없지'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골드바(금괴) 외에도 다양한 투자 방법을 고려하는 게 좋다. 금 현물에 투자할 경우 부가가치세 10%에 은행 판매 수수료, 정품 보장 인증 등 각종 비용이 3~4% 붙어 14% 이상 금값이 오르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증시에서 사고팔 수 있는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이 있다. 이 상품들은 뉴욕·시카고·도쿄 상품시장에 상장된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구조다. 가격 변동 폭의 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도 있다.

이 밖에 금을 통장에 적립하는 골드뱅킹이나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g 단위로 사고파는 방법 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