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국 21만가구 공급… "수도권 집값 1%안팎 오를 듯"

지난달 서울 강남 개포지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루체하임(일원 현대아파트 재건축)'은 일반 분양 332가구가 3.3㎡당 평균 3730만원이란 높은 분양가에도 평균 45대1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계약 시작 5일 만에 모두 팔렸다. 서울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중에선 지난 6개월 사이 최대 1억원 이상 가격이 오른 곳도 있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 연구 기관들은 올 하반기 수도권 주택 시장 집값이 1% 안팎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0.3%, 주택산업연구원은 1.2%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를 관통했던 완만한 매매가 상승과 거래량 감소는 하반기 더 뚜렷하게 이어지고, 지역별(수도권과 지방)이나 상품별(기존 아파트와 신규 분양 아파트)로 시장 상황이 엇갈리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도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부동산 114 조사)는 상반기 0.46% 상승했고, 전국 주택 거래량(국토교통부 집계)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상반기 매매가는 올 초 공급 과잉 우려, 주택 담보대출 규제 등 악재로 움츠러들다가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 훈풍 에 힘입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대 심리가 회복되면서 완만한 상승세로 마감했다.

◇하반기 전국 집값 1% 내 완만한 상승

주택·부동산 관련 양대(兩大) 민간 연구소들은 수도권과 지방이 온도 차를 보이는 가운데 하반기 전국 주택 가격이 1% 내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수도권 집값은 0.3% 상승하고 지방은 1.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주택산업연구원은 "전국적으로 0.8% 상승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도권은 1.2% 상승하고 지방은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주택 거래량은 주택 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유동성 제약 때문에 두 기관 모두 최대 30%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저금리 기조로 인해 여유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에 대한 관심은 상반기 수준으로는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최근 수년간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량이 늘어난 대구 등 일부 지방 주택 시장은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강남 재건축 호조세 둔화

서울에서는 강남 재건축 시장 향배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강남에서는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 주공2단지 재건축) 등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개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36㎡ 매매가는 지난달 8억6000만원으로 올 초보다 1억5000만~2억원 올랐다. 상반기 강남구 아파트값은 평균 3.64% 올라 서울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서초구(2.57%)·송파구(2.1%)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강남 시장을 겨냥한 규제에 들어가면서 향후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불법 분양권 전매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했고, 이달부터 9억원 이상 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중도금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시장은 바로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주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 주간 매매가 상승률(0.16%)이 전주(0.3%)에 비해 반 토막 났고, 연일 아파트값이 뛰던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등도 오름 폭이 한 주 만에 1.5%포인트 줄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은 지금까지 경기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하반기에는 호조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1만여가구 분양, 15만여가구 입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전국 신규 분양은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인 21만2828가구, 입주 물량은 2만여가구 늘어난 15만571가구로 예상된다.

분양은 수도권이 상반기보다 7.4% 늘어난 11만4878가구, 지방은 7.3% 줄어든 9만7950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입주는 수도권에서만 2만여가구 증가한 7만1869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남상우 부동산114 연구원은 "대구·경남 등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둔화되고 가격도 약세를 보이겠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 시장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분양 규모를 줄이고, 정부도 승인을 늦추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