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앞다퉈 "한옥에 살어리랏다"

자전거 탐방과 한옥 체험을 같이 하려는 중국 허베이성 관광객 1300여명이 이번 달부터 10월까지 4개월에 걸쳐 전라북도를 찾을 예정이다. 이들이 구입한 5박 6일짜리 한국 여행 상품엔 군산 금강변 자전거 길을 달리고, 전주 한옥마을에서 하룻밤을 묵는 1박 2일 코스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4월에도 산둥성에서 자전거 동호인 50여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한옥·한복·한식 등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유커(중국 관광객)들의 관심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엔 서울시와 중국 여행사총사 유한공사가 함께 개발한 '서울 단오' 관광 상품이 완판됐다. 중국 관광객 1000여명이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 가서 청포물 머리 감기, 부채 만들기, 그네뛰기 등 한국의 세시풍속을 경험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한옥마을을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을 모으고, 귀농·귀촌 인구를 늘려 경제 활성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옥 신축이나 개·보수에 다양한 지원책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옥마을 조성에 필요한 비용, 관광지 개발에 따른 주민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들도 있다.

◇한옥 진흥 바람… 보조금 지원은 한계

전국 지자체들은 최근 한옥 진흥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옥 관련 조례만 해도 91건이다. 올 들어 한옥형 도청 청사를 지어 이전한 경북도는 신청사 인근에 한옥 50가구를 짓는 사업에 20억원을 투입한다. 가구당 최대 4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경북도는 이곳 인근에 호수공원 등 문화 시설이 들어서면 한옥 소유주가 게스트하우스나 민박을 운영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옥마을 조성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건축비만 따져도 대개 3.3㎡(1평)당 650만~2000만원가량이 든다. 땅값 역시 걸림돌이다. 신치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 부연구위원은 "수원 장안동 한옥 촉진 지역의 경우 기존 시설들이 있어 한옥을 새로 짓는 데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지자체가 보조금 외에 다양한 지원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옥 관광이 성공하려면 문화 관련 콘텐츠도 다양해야 한다. 전주한옥마을사업소 관계자는 "우리는 17개 시설에서 일년 내내 공연 등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다"면서 "인근 남부시장 야시장과 청년몰 등도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요소"라고 말했다.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발생하는 주민 갈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울 은평 한옥마을은 애초 주거 전용 단지였다. 은평구는 최근 이곳을 문화특구로 지정하면서 관광 자원화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몰려 동네가 시끄러워질까 봐 우려하는 주민들은 문화특구 지정을 반대한다. 지나친 상업화 탓에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작지만 실속 있는 한옥마을이 해법

전남 강진의 달빛한옥마을은 27가구 65명의 귀농·귀촌인이 사는 마을이다. 주민 대부분은 서울과 경기 등에서 은퇴하고 나서 전원생활을 위해 온 사람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모였지만, 주민들은 마을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월출산의 빼어난 풍광을 병풍 삼아 민박을 운영하면서 시골 밥상 맛보기, 남도민요 배우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유했다. 13가구(48실)가 민박을 운영하는데,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숙박비(3인 1실 하루 7만원·조식 포함)를 똑같이 받는다. '바가지'를 쓸 걱정이 없다고 소문이 나 올해 하반기 예약자만 3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김영성(62) 달빛한옥마을 이장은 "달빛한옥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주민들이 서로 협력해 온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우리 마을이 푸근한 외갓집 같은 느낌을 준다며 다시 오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