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70~80층 빌딩, 지진에 놀라 긴급 대피

5일 저녁 8시 33분 울산 앞바다에서 일어난 규모 5.0의 지진으로 전국이 흔들렸다. 진앙(震央)에서 가까운 울산·부산·경남·경북은 물론 300㎞ 떨어진 경기도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울산과 부산 시민들이 지진을 강하게 느꼈다.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선 영화 상영 도중 스크린이 꺼지고 관객들이 긴급 대피했다. 70~80층짜리 고층 빌딩이 몰려 있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와 신시가지의 쇼핑센터 등에선 한밤 시민들이 비상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119와 소방 당국에는 "고층 아파트가 휘청거렸다" "창틀이 부르르 떨렸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폭주했다. 국민안전처는 "오후 10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7918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지진 감지 신고가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아파트 베란다에 있던 화분이 떨어져 깨진 사진, 진동으로 벽시계가 흔들거리는 동영상 등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울산 시민들은 "천둥이 치는 듯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찬장과 선반에서 그릇이 쏟아졌다" "집안 형광등이 흔들거리고 아파트도 흔들렸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울산 남구 달동의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던 이정식(44)씨는 "테이블 위의 접시가 흔들거리면서 앉은 자리도 움직이는 것 같았다"면서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갔더니 주변 다른 음식점에서도 놀라서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의 아파트 주민은 "두 번이나 아파트가 흔들렸다. 밖으로 뛰어나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경남 양산 제일고등학교와 물금고등학교 학생들은 야간 자율 학습을 하던 중 지진을 느끼고 학교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식당을 하는 곽모(54)씨는 "갑자기 문과 창문이 부르르 떨렸다"고 했다. 경북 경주에선 "갑자기 건물이 아래로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울산에서 200여㎞ 떨어진 충청 지역에서도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에 사는 김선미(여·39)씨는 "거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던 중에 창문이 움직이더니 네 차례가량 진동이 느껴졌다"면서 "진동을 느낀 지 1분도 안 돼 지역 인터넷 카페에 지진 관련 문의 글이 10건이나 올라왔다"고 말했다. 청주시 청원구에 사는 김모(34)씨는 "밥을 먹다가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