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떠도는 사람들, 인류애로 포용"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드러난 반(反)난민 정서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단지 살기 위해 고국을 떠난 난민들을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된다."

켈리 클레멘츠(50) 유엔난민기구(UNHCR) 부대표는 4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대다수 난민은 (고국 내) 이 도시 저 도시를 4~5차례 전전하다 최후의 선택으로 국경을 넘는다"며 "떠나고 싶어 떠난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인류애라는 관점으로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출신인 클레멘츠 부대표는 1992년 UNHCR 방글라데시지부에서 미얀마 난민을 돌보는 일을 시작으로 25년간 난민과 이주민 문제를 다뤘다. 미 국무부 산하 인구·난민·이주국 부차관보 등을 거쳐 작년 7월 UNHCR 부대표에 임명됐다. 그는 2014년 시리아발(發) 난민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한국을 방문한 UNHCR 최고위 관계자다.

클레멘츠 부대표는 "난민에게 놀라울 정도로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며 "캐나다에선 지난해 12월 시리아 난민 163명이 도착했는데, 그들을 돕겠다고 나선 후원자 수가 수천 명에 달해 '난민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난민 위기는 세계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UNHCR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난민은 역대 최대 규모인 6530만명에 달한다. 클레멘츠 부대표는 "난민 수가 급증하면서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이 이들을 모두 수용하거나 돌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국제사회가 책임을 분담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도 더 많은 기여를 요청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UNHCR에 대한 개인 기부가 세계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난민 문제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있다"며 "이번 방한 기간에 모금 현장에서 만난 많은 시민은 난민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질문하는 등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선 난민 문제가 유럽 국가들처럼 '발등의 불'은 아니다. 그럴수록 관심을 기울여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리더의 자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