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 예고… 농산물 펀드 들썩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대두(콩) 가격 등 농산물 가격이 들썩거리면서 농산물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약 27㎏)당 대두 가격은 11.68달러로 지난달 23일 11.03달러에서 일주일 사이에 6% 가까이 올랐다. 밀·옥수수·대두·커피 등 주요 농산물의 국제 가격을 바탕으로 산정하는 S&P 농산물 가격지수는 1일 현재 307.54로 연초보다 10% 넘게 올라 있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제 농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국제 곡물 시장에선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엔 특히 올해 기상 이상 현상인 '라니냐(La Nina)'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 바탕을 두고 있다. 가을부터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면 하반기 국제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 잇따르고 있다.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에 편승할 수 있는 투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라니냐' 오면 농산물 펀드 주목

국제기후연구소(IRI)에 따르면 올가을과 겨울에 라니냐가 발생할 확률이 75%가량이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농산물 작황이 나빠져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게 보통이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제반 상황이 유사한 시기는 1988년"이라면서 "1986년부터 2년간 풍작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락했지만, 1988년 라니냐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투자처로는 ETF(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한 농산물 펀드가 꼽힌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에 설정된 농산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7%에 달한다. 특히 주식처럼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어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가 눈에 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콩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32.1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8.36%에 달한다.

해외 농산물 ETF도 주목할 만하다. 천 연구원은 "해외 ETF는 거래량이 많아 유동성이 풍부하다"면서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DBA'와 'CORN'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DBA(파워셰어스 DB 농산물 상장지수펀드)는 농산물과 축산물을 함께 추종하는 ETF이고, CORN(테크리움 옥수수 상장지수펀드)은 국제 옥수수 가격을 추종하는 ETF다.

◇음식료주(株)엔 타격 예상

라니냐로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면 농산물 관련 펀드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음식료주(株)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음식료 업체들은 농산물을 수입해 원재료로 쓴다. 이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줄어든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가격은 원가 부담 측면에서 음식료 기업들에는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점유율이 높은 음식료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염 연구원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은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이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니냐(La Nina) 현상

라니냐란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으로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이상 기후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비가 많은 곳에선 홍수가 생기고, 건조한 곳에선 가뭄이 심해지는 등 기상 양극화가 나타난다. 농산물 작황은 나빠져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