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늘~한 소설이 몰려온다

7월, 추리소설의 계절이 시작됐다. 지난주에만 10여 권의 추리소설이 쏟아져나왔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추리소설 판매점유율·출간 종수 1위는 7월이었다. 출간 종수도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 7월에 발간된 추리소설은 32권으로, 6·8월에 비해 10권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예스24 김성광 MD는 "추리소설은 납량 특집물처럼 서늘한 느낌을 줘 휴가 가서도 많이 읽는 편"이라며 "여름 성수기를 맞아 출판사들의 세일즈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파인더스 키퍼스'(스티븐 킹) '꼬리 많은 고양이'(앨러리 퀸) '왕과 서커스'(요네자와 호노부)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미카미 엔) 등 미국·일본 전통의 강호가 여전한 가운데, 한국 추리소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대개 역사적 사실에서 상상력을 빌려온 팩션이다.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가 탐정이 돼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경성탐정 이상2', 6·25전쟁 때 미군 첩보대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6006 첩보왕 도널드 니콜스' 등이 그 예다. 미스터리에 사실성을 극대화한 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표창원 의원과 손선영 작가가 합심해 1일 출간한 '운종가의 색목인들'은 셜록 홈스가 아편 중독으로 조선에 오게 된 찰나 살인사건을 맞닥뜨리고 당시 주한 미국공사관 공의(公醫) 알렌 박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표 의원은 "국내 작품이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리얼리티의 부재"라며 "외국 추리소설의 치밀함과 현장감을 장착한다면 국내 추리소설 시장도 만개할 것"이라고 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가 늘면서 한국 추리소설 시장도 넓어지고 있다. 출판사 '검은숲'은 2011년부터 엘러리 퀸 재단과 정식 계약을 맺고 매년 작품을 출간하고 있고, 지난 1월 창립한 출판사 '구픽'은 영국 추리소설계 스타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시리즈를 출간해내고 있다. 구픽 김지아 대표는 "국내에 소개되는 추리소설은 대개 일본이나 미국 스타일이 많은데, 심리묘사가 예리한 영국식 추리소설을 소개해 팬들의 외연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 출판사는 다음 달 영국작가 앤 클리브스의 '베라(Vera)' 시리즈를 출간할 계획이다.

팬덤 확장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창간 1주년을 맞은 미스터리 잡지 '미스테리아'는 최근 7호에서 한국 최초의 탐정소설로 평가받는 이해조의 '쌍옥적(雙玉笛)'을 부록으로 제공했다. 출판사 검은숲은 이번 달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2권 출간을 기념해 독자 초청 및 전시를 기획 중이다. 한국추리작가협회는 매년 '여름 추리학교'를 개최한다. 벌써 29회째로, 전·현직 법조인 등을 초청해 수사 실화를 듣고 추리 연극을 상연하는 2박 3일 코스다.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상우 이사장은 "단순히 책만 내는 게 아니라 팬서비스를 통해 국내 추리소설의 저변 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