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근원을 탐색하다, 과학과 영성

"우주 전체가 스토리 전개라고 보고 '스토리 코스모스'란 이름을 붙였다. 꿈 이야기 같기는 하지만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이나 보르헤스의 소설 같은 고전이 아니라 양자역학과 평행우주론 같은 과학 이론을 소설에 접목시켜 봤다."

소설가 박상우(58)가 8년 집필 끝에 완성한 새 장편소설 '비밀 문장'(문학과지성사)을 내며 낯선 소설 세계를 실험적으로 선보였다. 과학과 영성(靈性)을 양 날개로 활용한 소설 쓰기를 통해 '우주의 비밀 문장'을 찾으면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색했다. 작가 지망생인 남자가 양자역학을 비롯한 과학에 눈을 뜨고, 동시에 신비스러운 영체(靈體)도 접해 낯선 에너지와 교감하는 과정이 겹치는 소설이다.

박상우는 "과학 에세이를 읽는 독자들이 많고, 알파고도 경험한 세상에서 작가도 과학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그것을 10여 년 전에 깨달았다"며 "내가 내 소설을 복제한다는 절망감이 들었을 때 과학 공부를 하면서 새 시각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SF는 아니다. 뉴에이지 과학의 신비주의라든지, 물리학에서 본 불교 해석도 덧붙였다. 21세기형 구도(求道) 소설로 읽힐 수도 있다. 박상우는 "생로병사의 틀 안에서 인간의 삶이 저마다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처럼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입자적 단위도 모두 스토리 구성 요소를 지닌 것으로 파악하고 우주를 '스토리 코스모스'로 명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의 메시지 중 하나는 이렇다. '인간은 물질적 스토리와 정신적 스토리의 완벽한 결합체다. 이것이 3차원 세계에 구현된 가장 명징한 기적이다. 당신은 물질인 동시에 의식이고, 의식인 동시에 물질이다. 삶인 동시에 꿈이고, 꿈인 동시에 삶이다. 신이 당신을 꿈꾸고, 당신이 신을 꿈꾼다. 그것이 지금 당신이 경험하고 있는 스토리의 다중성이다.'

박상우는 "내가 지금껏 쓴 소설과 결별하고 낯선 소설에 대한 갈망으로 쓴 소설"이라며 "한 장(章) 쓰고 나서 다음 장을 미리 정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영감이 오면 받아 적느라 탈고하는 데 8년이나 걸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