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타임스 스퀘어 1호 되고 싶다"

"당연히 한국 쇼핑·관광 1번지인 명동이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를 국내 1호 광고 자유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마이스(MICE) 특구로 지정돼 있고, 한류 테마 파크로 조성되는 영동대로 일대에 조성해야 외국 관광객 유치 효과가 크다."(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유명 쇼핑·관광 구역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한국판 타임스 스퀘어 1호'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내 고층 빌딩 벽면과 유리창에 대형 LED(발광 다이오드) 광고판들이 불야성을 이루는 옥외광고물 자유 표시 구역을 조성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했다.

그러자 지자체장들이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되면서 수천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예상되는 광고 자유 구역을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구청은 명동이나 DDP 일대를 국내 1호 광고 자유 구역으로 밀고 있다. 명동은 한 해 약 80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쇼핑 명소이다. 각종 의류 쇼핑몰이 모인 DDP 일대도 매년 600만~7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중구청 관계자는 "DDP, 명동 일대 상인과 건물주들도 광고 자유 구역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다"고 했다. 명동은 곳곳에 보행·상점 거리가 조성돼 있고, DDP는 큰 의류 쇼핑몰이 모여 대형 광고 전광판을 설치하기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강남구청은 삼성동 영동대로 일대를 광고 자유 구역으로 유치하려 한다. 이미 지난달부터 한국무역협회 등과 디지털 옥외 광고물 구역 조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강남구와 한국무역협회는 올 연말에 코엑스몰과 무역센터에 대형 전광판을 시범 설치해,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처럼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를 벌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매년 12월 31일 타임스 스퀘어에서 열리는 카운트다운 행사엔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강남구 관계자는 "청담동 '한류 스타 거리'와 연계해 코엑스 일대에 '한류 테마 파크'도 조성해, 강남구를 한류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도 서울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작년 5월 말 "아시아 최대 쇼핑센터인 해운대구 '센텀시티'를 국내 1호 옥외광고물 자유 표시 구역으로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센텀시티에선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광고제, 국제게임전시회 등 큰 행사가 열린다. 인근에 자갈치시장(남포동), 롯데백화점(중앙동)이 있는 중구 광복동과 부산의 명동으로 불리는 부산진구 서면도 부산이 내세우는 후보지다.

광고 자유 구역 사업은 광역시·도가 신청하고, 행자부가 관련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광고 자유 구역이 되기 위한 입지 조건은 까다롭다. 상업 지역이면서, 주변에 주택가가 적어 거주민이 '빛 공해'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자유 광고 구역을 선정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면서 "내년 초쯤엔 '1호 구역'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