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 'DDP 우주선'에 탑승 완료했습니다

"2010년부터 매년 참가했으니 벌써 일곱 번째네요. 아시아프 따라 성신여대, 홍익대, 서울역 거쳐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 왔어요. 아시아프는 제 작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예요." 아시아프 '7년 개근생' 최혜란(27)씨가 회화 작품 'Relocation(재배치)' 앞에서 손가락으로 참여 횟수를 꼽으며 말했다.

"그림 스타일 바꾸면서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분채(粉彩) 작업으로 채색화를 주로 그리다가 이번에 단색조를 처음 시도했거든요. 한지와 씨름하며 먹의 농담(濃淡) 실험을 많이 했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해요." 대중 앞에 처음 작품을 공개하는 윤지원(23·동덕여대 회화과 4학년)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작품을 걸었다.

우주선을 닮은 DDP가 청년 작가의 예술을 장착했다. 19일 개막하는 '2016 아시아프(ASYAAF·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 & 히든 아티스트 페스티벌'을 하루 앞둔 18일, 참여 작가들은 온종일 구슬땀을 흘리며 정성스레 준비한 작품을 설치했다. '윙윙~ 탁탁!' 직접 전동 공구로 못을 박고 행여 작품이 비뚤어질까 봐 줄자를 대고 수평을 꼼꼼히 체크했다.

9회째를 맞는 '아시아프'는 아시아 대표 대학생 청년 작가 미술 축제다. 지난 8년간 27만명이 참여하고 5200여점이 판매됐다. 조선일보사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올 행사는 '아시아프 2.0' 버전이다. 30세 이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프'와 30~50대 숨은 작가를 발굴하는 '히든 아티스트'로 확대·개편됐다. '아시아프'는 1부(19~24일), 2부(26~31일), '히든 아티스트'는 3부(8월 2~14일)에 열린다.

무대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서울의 새 명소로 자리매김한 DDP로 옮겼다. 배움터 디자인둘레길 지하 2층(M1)과 지상 1층(M3)을 나선형으로 둘러싼 배움터 디자인둘레길이 전시장이다. 둥근 형태의 디자인전시관을 두르며 완만한 경사로 돼 있는 둘레길(폭 6m, 길이 500m)은 DDP의 곡면 구조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는 내부에 수직 벽이 하나도 없는 비정형 건물이다. 순백의 길을 따라 3부에 걸쳐 작가 600명이 출품한 1300여점이 전시된다.

벽은 곡면이고, 바닥은 경사진 둘레길은 작가에겐 도전이자 즐거운 경험이다. 망치를 들고 낑낑대던 김민선(25·숙명여대 조형예술학과 대학원)씨는 "수평 맞춰 작품 걸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DDP처럼 시내 중심의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전시하는 건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유화 작품을 출품한 이다빈(21·홍익대 회화과)씨는 "순백의 깔끔한 공간이면서도 전형적인 화이트큐브는 아니어서 흥미롭다"고 했다.

관람객들은 산책하듯 경사길을 따라 걸으며 작품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기간엔 작가들이 직접 작품 설명을 해주는 '작가 도슨트 투어', 1000원 이하 가격으로 작가들이 관람객들에게 그려주는 '1분 초상화' 이벤트 등도 열린다.

개막식은 19일 오전 11시에 열리며, 일반 관람객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입장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일반 5000원,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 3000원이다. 문의 asyaaf.chosun.com, (02)724-6361~6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