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 아직도 주말에 등산해? 난 드론 날리는데
입력 : 2016.07.20 03:00
[중년이 바뀐다] [2] 취향
건강관리 위한 취미를 넘어 댄스스포츠·프라모델 제작 등 개성 있는 활동 찾아 즐겨
"체면 중시하며 자란 '386세대'… 중년 돼서야 알게 된 취향에 경제력 바탕으로 적극적 투자"
수요일 오후 7시 서울 서강대 앞 한빛드론 교육장. 양복 입은 중년 남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드론 입문 강의를 듣기 위해 이날 모인 17명은 모두 40세 이상. 전남 여수에서 올라온 회사원 민병대(53)씨는 "파일럿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이제라도 취미로 실현해보려 한다"고 했다. 한빛드론 박양규 대표는 "100회 이상 입문 안전교육을 진행해오는 동안 수강생 대부분이 40~60대였다"며 "기초부터 제대로 배워 본격적으로 취미생활을 시작하려는 중년 남성들 열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실용음악학원 '파워하우스'는 젊은이들의 거리인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지만 주 고객은 중년 남성이다. 취미반 학생 50명 중 40대 이상이 40명. 그중 의사, CEO 등 전문직 남성이 절반을 넘는다. 일렉기타·드럼·피아노 등을 배우고 1년에 두세 번 압구정·홍대 앞 공연에도 나선다. 김상진(50) 우진켐 사장도 작년 초부터 일주일에 한 번 퇴근하고 저녁 약속 가기 직전 1시간을 어렵게 내서 일렉기타를 배운다. "우리 또래 취미라면 웬만한 건 다 해봤죠. 이만한 게 없더라고요. 얼마 전 같이 기타 배우는 친구 10명이랑 도쿄로 '음악 여행'도 다녀왔어요. 공연 보고 악기 사고 밤새 음악 얘기하고…. 아, 정말 행복했죠."
보통 '아저씨 취미'라고 하면 골프·낚시·등산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요즘 40~50대 중년 남성들 취미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건강관리를 위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취미를 가졌다면 요즘 중년 남성들은 취향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다양한 활동을 찾아내 열정적으로 뛰어든다.
보통 '아저씨 취미'라고 하면 골프·낚시·등산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요즘 40~50대 중년 남성들 취미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건강관리를 위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취미를 가졌다면 요즘 중년 남성들은 취향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다양한 활동을 찾아내 열정적으로 뛰어든다.
'나만의 취향'에 눈뜬 중년 남성들은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경우 올 들어 40~50대 남성 거래액이 35%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각종 취미용품을 할인 판매하는 '아재시대' 기획전을 열었다. 관심사도 넓어졌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이 최근 3년간 40~50대 남성 취미용품 판매량을 조사해보니 전년 대비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제품이 2014년 캠핑·아웃도어 제품(33%), 작년엔 드론 등 키덜트 제품(63%), 올 상반기엔 게임기 관련 제품(20%)으로 매년 달라졌다. 옥션 관계자는 "경제력을 갖춘 40~50대 남성들이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지고 과감해지면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취미 용품에도 적극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화점·구청 등의 문화센터도 최근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낚시·당구·골프·바둑은 물론이고 요리·수제맥주·드럼·MTB자전거·요트·커피 바리스타·프라모델·댄스스포츠·사진 등으로 종류를 늘렸다. 목공·가죽공예·캘리그라피 같은 공방에서도 중년 남성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여행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이진혁 오마이트립 이사는 "예전엔 중년 남성들의 일반적 여행이라 하면 '관광+유흥'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취향을 공유하면서 서로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트레킹·박물관·사진 같은 테마여행을 다니며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386'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40~50대 남성들은 체면과 명분,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던 시대에 성장했다. 사회가 급격히 변하면서 이제는 개인의 기호와 취향이 중심 가치로 자리 잡았다. 김경훈(51) 한국트렌드연구소장은 "취향이란 곧 '나는 남과 다르다'는 차이를 뜻하는데 지금의 중년은 젊은 세대와 달리 취향을 발달시켜 본 경험이 별로 없다"며 "중년 남성들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며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대현(48)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피로 사회, 불안 사회라고 불리는 현대 사회에선 취미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미생활을 통해 창조적 사고와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뇌 회로를 활성화해야 삶도 즐겁고 일도 더 잘 풀린다는 얘기다. 자신과 잘 맞는 취미를 찾는 방법으로 윤 교수는 버킷리스트를 써볼 것을 추천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나가다 보면 '어디 여행 가고 싶다' '누구 만나고 싶다'와 함께 '무엇을 배워 보고 싶다'가 들어가기 마련이라는 것. 윤 교수 본인도 3년 전부터 베이스 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백화점·구청 등의 문화센터도 최근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낚시·당구·골프·바둑은 물론이고 요리·수제맥주·드럼·MTB자전거·요트·커피 바리스타·프라모델·댄스스포츠·사진 등으로 종류를 늘렸다. 목공·가죽공예·캘리그라피 같은 공방에서도 중년 남성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여행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이진혁 오마이트립 이사는 "예전엔 중년 남성들의 일반적 여행이라 하면 '관광+유흥'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취향을 공유하면서 서로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트레킹·박물관·사진 같은 테마여행을 다니며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386'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40~50대 남성들은 체면과 명분,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던 시대에 성장했다. 사회가 급격히 변하면서 이제는 개인의 기호와 취향이 중심 가치로 자리 잡았다. 김경훈(51) 한국트렌드연구소장은 "취향이란 곧 '나는 남과 다르다'는 차이를 뜻하는데 지금의 중년은 젊은 세대와 달리 취향을 발달시켜 본 경험이 별로 없다"며 "중년 남성들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며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대현(48)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피로 사회, 불안 사회라고 불리는 현대 사회에선 취미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미생활을 통해 창조적 사고와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뇌 회로를 활성화해야 삶도 즐겁고 일도 더 잘 풀린다는 얘기다. 자신과 잘 맞는 취미를 찾는 방법으로 윤 교수는 버킷리스트를 써볼 것을 추천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나가다 보면 '어디 여행 가고 싶다' '누구 만나고 싶다'와 함께 '무엇을 배워 보고 싶다'가 들어가기 마련이라는 것. 윤 교수 본인도 3년 전부터 베이스 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