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기억 속에 남겨진 이야기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SF, 연애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일본 작가 시바타 요시키의 소설이 ‘콤마’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1995년 ‘리코, 여신의 영원’으로 요코미조 세이지 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 ‘나를 기억하니’는 지난 2013년 NHK에서 8부작 드라마로 방영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야기는 20년 전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지에서 같은 반 친구가 실종된 사건으로 시작한다. 실종된 학생의 이름은 후유하. 당시 그녀와 같은 조였던 6명의 아이는 큰 충격에 빠지지만, 세월의 흐름으로 그날의 충격은 서서히 잊힌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어느 날, 성년이 되어 각자의 삶으로 바쁜 6명의 친구에게 의미를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날아온다.

유명작가와 바람난 남편과 소송 중인 게이코. 가수이자 소설가로 문학상을 휩쓸었지만, 약에 빠진 미야. 미모의 제원이지만 실직한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는 다카코. 도쿄대 출신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이혼남 유타카. 가난한 형사 유지. 이제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유키. 그들에게 전달된 ‘나를 기억하니? 후유하.’라는 메시지는 일상으로 지친 삶에 자극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일생 중 가장 활기 넘치고 열정으로 가득 찬 15세에서 35세 사이의 20년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6명을 조명한다. 더불어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그동안 기억 속에서 지워졌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 자신들의 부주의로 친구를 잃었다는 죄책감을 담고 있는 인물들을 들여다본다. 독자는 작가의 디테일을 살린 묘사로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마치 자신이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인 듯한 착각에 빠진다.

평온한 일상을 위해 잊어버리고 묻어버린 이야기와 다시 그 사건을 해결하려는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살아가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뛰어넘음으로써 새로운 인생의 시작으로 나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