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詩에서 공자가 보인다

공자의 생활난｜김상환 지음｜북코리아｜398쪽｜2만원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문학과 철학이 밀접한 현대 프랑스 사상을 연구해왔다. 그의 관심은 철학을 넘어서 문학도 감싸 안았다. 그는 김수영 시인을 연구한 책 '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을 낸 적도 있다. 이번엔 김수영 시학(詩學)을 공자(孔子)의 사상에 비추어 재조명했다. 그는 "김수영의 작품 세계는 모더니즘 못지않게 동아시아 전통에 물을 대고 있다"라며 "공자의 생각으로 돌아가 김수영의 시학을 다시 파헤치고 김수영의 상상력으로 돌아가 공자의 사상을 되살려보자는 것"이라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김수영은 시 '공자의 생활난(生活難)'을 썼다.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을 한다'라며 시작해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로 끝난 작품이었다. 시의 마무리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한 공자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김상환 교수는 이 시를 기본으로 삼아 김수영의 시에 미친 공자의 영향을 탐구했다.

김수영의 대표작 '풀'은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라고 한 '논어(論語)'를 활용해 창조적으로 변형한 것이다.

'땅이 편편하고/ 내가 정말 시인이 됐으니 시원하고'라는 김수영의 시 '격문'도 '논어'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된다. '군자는 마음이 평탄하고 물로 쓸어내린 듯 시원하다'는 구절이 '논어'에 나오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시 '절망'에서 '내가 찾고 있는 것은 언제나 나의 가장 가까운 내 곁에 있고'라고 노래했다. 공자가 강조한 '능근취비(能近取譬: 가까운 것에 비유해 먼 것에 이르자)'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