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에서 황태와 먹던 맥주, 축제로 키웠죠"

"지난해 전주 가맥축제에 1만 명이 왔습니다. 3000명이면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대박이었죠. 올해도 기대가 큽니다."

심재균(53) 전주 가맥축제 집행위원장은 22일 "전주의 독특한 음주 문화인 가맥을 전국에 확실히 알릴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4~6일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리는 '2016 가맥축제'를 2주 남짓 앞둔 요즘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낮엔 사회적 기업 '꼭두'에서 인형극 기획이라는 본업을 맡고 밤엔 축제 준비를 한다. 심 위원장과 집행위원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가맥은 '가게에서 마시는 맥주'의 줄임말이다. 유래는 197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주에선 탁자 몇 개를 놓고 오징어나 과자 같은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파는 가게들이 생겨났다. 중앙동에 있던 영광상회가 원조라고 알려졌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이후 초원슈퍼, 전일슈퍼, 임실슈퍼 등이 황태에 찍어 먹는 독특한 장(醬)을 개발하면서 가맥의 인기가 올라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4월 말~5월 초엔 유명 영화인들이 가맥집을 찾고 이들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까지 벌어지곤 한다.

심 위원장은 "가맥은 40여 년 동안 서민의 희로애락과 함께해 왔다"면서 "지역 경제도 살리고 가맥도 알리고 싶어 하는 가맥 애호가들과 작년에 축제를 처음 기획했다"고 말했다. 조직위원장으로는 김영배(64) 전 민족예술총연합회 이사장을 추대했다. 민간이 주도해 지역 상권을 살리자는 원칙을 세웠다. 김정두(44·전북경제통상진흥원 지역협력팀장) 사무국장은 축제에 참여할 가맥집을 확보하고 후원 기업을 찾는 일을 맡았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행사장인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앞마당(축구장 2개 크기)에 테이블 1000개를 깔았는데, 이틀간 1만 명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들어찼다. 맥주는 1만3440병이 소비됐다. 가맥집 10곳이 참여해 만든 황태, 계란말이, 갑오징어 등 안줏거리도 불티나게 팔렸다. 전주 가맥축제는 시작하자마자 대구의 '치맥(치킨+맥주) 페스티벌'처럼 지역의 새 브랜드가 될 잠재력을 증명했다.

임동식(43·하이트진로 차장) 대외협력팀장은 "축제에 참여하겠다는 가맥집엔 부스 사용료를 받지 않았고 맥줏값도 시중보다 500~1000원 싼 2000원으로 정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던 것 같다"면서 "올해는 규모를 더 키웠지만 '착한 축제'라는 원칙은 그대로"라고 했다.

올해 가맥축제 기간은 작년보다 하루를 더 보태 사흘로 정했고 테이블은 1500개로 500개 더 늘렸다. 참여 가맥집도 10곳에서 12곳으로 늘었다. 콘서트, 클럽 댄스 한마당, 7080 DJ 클럽파티, 통기타 공연 등 행사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심재균 위원장은 "간장과 한약재를 달여 만든 장이나 청양 고추·마요네즈·물엿을 넣은 소스에 황태를 찍어 먹으면 별미"라면서 "여기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한여름 더위가 달아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