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검사 자살' 부른 부장검사 옷 벗긴다

검찰이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홍영(33) 검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김모(48) 부장검사를 해임하기로 했다.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감찰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김수남 검찰총장은 조만간 법무부에 김 부장검사의 해임 징계를 청구하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해임은 검사에게 가장 무거운 징계다. 해임이 되면 3년 동안 변호사 개업도 하지 못한다. 그동안 뇌물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검사 등이 해임된 사례가 있었지만, 부하 직원에게 폭언·욕설을 한 이유로 해임 청구가 결정된 것은 처음이다. 감찰본부는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에게도 지휘 책임을 물어 '검찰총장 경고'를 하도록 김 총장에게 건의했다.

김 검사는 지난 5월 19일 서울 목동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검사가 올해 초 '(부장이) 술에 취해 때린다' '매일 욕을 먹는다' '죽고 싶다'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동료에게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김 검사의 유족과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서자 대검은 이달 초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결과 후배 검사 등에 대한 김 부장검사의 폭언과 욕설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감찰본부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올 초 후배 검사 결혼식에서 김 검사에게 '소속 검사들과 함께 술 마실 별도의 방을 물색하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김 검사가 '식장 내에 방이 없다'고 하자 그는 다른 검사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김 검사에게 '싸가지가 없다'는 등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부서 회식에서 김 검사가 예약한 식당과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욕설을 하고, 사건 보고를 늦게 한다며 회의 때 어깨를 때린 사실도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4월 초 자정을 넘긴 시각에 김 검사를 서울 여의도의 한 술집으로 불러낸 뒤 택시로 함께 귀가하면서 '잘하라'며 등을 2~3차례 치기도 했다고 감찰본부는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2014~2015년 법무부 과장으로 재직할 때도 부하 직원들에게 폭언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검사와 법무관을 세워놓고 보고서를 구겨 던지거나 술자리에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가 2014년부터 2년여간 법무부와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며 숨진 김 검사를 포함해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17차례에 걸쳐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김 부장검사의 폭언 등이 김 검사 자살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찰본부는 이런 사실을 확인했지만 "형사처벌을 할 수준은 아니다"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격려 차원의 행동이었다" "(숨진) 김 검사가 고통받는지 몰랐다"는 김 부장검사의 해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감찰본부는 김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 결정을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했다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숨진 김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2)씨는 "징계뿐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김 부장검사에 대한 고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검찰 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부장검사가 욕설이나 모욕적인 발언을 해도 '올해는 부장 복(福)이 없구나'라며 참고 넘기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