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이 해변에선 '개와 함께 춤을'

"1000만 반려 동물 시대라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 눈치 때문에 여름휴가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곤 했습니다. 반려견과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31일 강원 양양군 현남면 광진해변을 찾은 김유진(여·22)씨의 제안이다. 김씨는 이날 새벽 3시 경북 구미를 출발해 이곳을 찾았다.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지인들에게 맡겨야 했던 반려견 타미와 유부도 올해는 데려왔다. 김씨는 "광진해변은 펫팸족(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꿈의 피서지"라고 말했다.

양양 낙산해변에서 남쪽으로 20㎞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해변인 광진해변이 애견인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백사장 한편에 조성한 국내 유일의 반려견 해수욕장인 '애견(愛犬) 비치' 때문이다. 광진해수욕장 운영위원회가 올해 처음 선보인 애견 비치는 광진해변 전체 400m 길이 백사장 중 100m가량이다. 이달 21일까지 운영되는 이곳 백사장엔 그물망 등이 설치돼 있어 일반 피서객과 개를 데려온 피서객들을 분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펫팸족들은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반려견과 백사장을 거닐거나 함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애견 보관함과 샤워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입장료는 견주 한 사람, 반려견 한 마리당 4000원·골든 리트리버 5000원이다.

애견인들의 호응은 뜨겁다. 애견 비치가 첫 문을 연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 모두 408명의 피서객, 314마리의 반려견이 광진해변을 찾았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는 광진해변이 이른바 '멍비치'로 소개되며 애견 피서지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고 위험 때문에 진돗개와 셰퍼드 등 맹견류는 애견 비치 출입이 제한된다.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은 피서객도 출입할 수 없다. 또 견주들은 애견 비치에 들어갈 때 안내석에서 나눠주는 배변 봉투를 항상 지참해야 하며 반려견의 용변은 반드시 직접 처리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강제 퇴장 등을 당할 수 있다.

광진해변에서 애견비치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천의철(51)씨는 "청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매일 두 차례 백사장을 소독하고 있다"면서"애견 비치가 매년 문을 열어 애견인들의 피서 걱정을 덜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