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세대 이민자의 고단한 삶 노래에 담았죠"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韓人) 2세 6명으로 구성된 록 밴드 '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가 오는 12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그동안 '린킨파크'의 조 한이나 '드림시어터'의 존 명처럼 해외 유명 록 밴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멤버는 적지 않았지만, 미국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교포 록 밴드는 사실상 이들이 처음이다. 이들이 2014년 내놓은 데뷔 음반은 빌보드 신인 차트 3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두 번째 음반을 발표했다.

"우리 부모님들은 20~30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서툰 영어로 고된 삶을 살면서 힘들게 정착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에 대한 기대와 염려도 컸을 것이고요. 가족적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우리 멤버들도 '오누이'처럼 지내요."

리드 보컬을 맡고 있는 알렉스 황(30)은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이렇게 말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제니퍼 임(23)도 함께 전화를 받았다. 존 정(드럼), 샐리 강(키보드), 조 전(베이스), 대니얼 채(바이올린·기타)도 모두 한인 2세다. 2011년 그룹 결성 당시 알렉스는 유명 기획사, 대니얼은 금융회사, 존은 아웃도어 매장에 다녔다. 제니퍼·조·샐리는 대학생이었다. 낮에는 학교와 직장을 다니고 저녁에는 한인 교회에서 연습하다가 데뷔 음반을 발표한 뒤 전업(專業) 밴드로 나섰다.

이들은 '몬스터스 콜링 홈(Monsters Calling Home)'이라는 곡에서 "낯선 태양 아래 땀을 흘리고, 그들의 자녀들은 낯선 언어로 쓰디쓴 말을 하네"라고 노래했다. 알렉스는 "부모 세대는 낯선 이국(異國)에 정착하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았는데, 정작 그들의 자녀는 이국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쓰고 오히려 부모님의 언어를 낯설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역설적 상황을 노래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래에서는 한인 교포뿐 아니라 외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고민과 애환이 묻어나온다. 알렉스는 한인 2세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두 가지 색깔이 섞인 혼합색(混合色)에 비유했다.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보라색이라는 새로운 색깔이 나오고 더 이상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듯이,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사회 속에서 우리만의 고민과 정체성이 나오는 걸지도 모르지요."

'클래식으로 단련된 록 밴드'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처럼,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멤버가 둘이나 있다 보니 이들의 음악에는 클래식한 멋이 배어 있다. 1집은 컨트리와 포크 음악에 가까웠지만, 최근 발표한 두 번째 음반은 얼터너티브 록을 가미해서 한층 격렬해졌다. 이들은 유년 시절에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같은 1990년대 한국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제니퍼는 "아직 우린 젊은 밴드이기 때문에 모든 음악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