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얽힌 환경문제… 협력이 열쇠"

"환경문제에 국경은 없습니다."

오카다 다쿠야(岡田卓也·91) 이온환경재단 이사장의 말에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메모했다. 그는 일본 최대 소매 유통 기업인 이온그룹의 창업자 겸 회장을 지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하품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옹기종기 모여 서툰 영어로 환경문제 토론에 열을 올렸다.

3일 오후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7국 대학생이 참가하는 '제5회 아시아 학생 교류 환경 포럼(ASEP)' 발대식이 열렸다. ASEP는 오카다 이사장이 국적·전공을 불문하고 젊은이들끼리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해보자며 2012년 시작한 환경 포럼이다. 올해는 한국 고려대, 중국 칭화대, 일본 와세다대, 말레이시아 말라야대, 베트남 하노이국립대, 캄보디아 왕립프놈펜대,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대 학생 84명이 참가했다. 조선일보와 일본 마이니치신문사, 중국 청년보사 등이 후원한다.

오카다 이사장은 고령에도 포럼에 참가해 학생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올해도 직접 강단에 서 학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날 행사장을 끝까지 지키며 학생들 장기자랑도 지켜봤다. 오카다 이사장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카다 이사장은 젊은 시절 이온그룹을 창업해 일본 최고 수퍼마켓 체인점을 일궜다.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가 그의 차남이다. 오카다 이사장은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 일본의 환경오염 실태를 보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고향인 미에현 욧카이치시에선 1960년대 초 공장에서 나온 이산화황으로 수천명이 천식에 걸릴 만큼 심각했다. 그는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던 굴뚝에서 지금은 자연스럽게 환경오염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오카다 이사장은 1990년 이온환경재단을 설립하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서 왔다. 그가 시작한 대표적인 환경 운동이 매년 일본 전역에서 열리는 나무 심기 캠페인이다. 1991년 13만그루로 시작했지만 매년 2배 가까이 식수 규모를 늘려가며 지난해까지 일본과 해외에 심은 나무가 총 1100만그루를 넘었다. 이온이 운영하는 전국의 수퍼마켓과 마트 점포에는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환경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오카다 이사장은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최고 화두는 환경"이라며 "환경문제는 국제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해결도 서로 협력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럼 참가생들은 4일부터 5일간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 지역을 다니며 생태를 조사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시레토고(知床) 국립공원과 구시로(釧路) 습지 등을 답사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8일엔 지바현의 이온 본사에서 성과 발표회를 연다. 인도네시아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는 다마얀티씨는 "아시아 각국 학생이 모여 환경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매우 소중한 기회"라며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환경 정책에 대해서도 배워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