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보다 낭만적이네, 반짝이는 너의 매력

서울 신사동 빵집 '미스터홈즈 베이크하우스'에는 빵보다 더 유명한 것이 있다. 빵집 내부 흰 벽 위에 분홍빛으로 반짝거리는 네온사인이다. 'I GOT BAKED in SEOUL(나는 서울에서 구워진 빵이다)'이란 특별한 의미가 없는 문구인데도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 미스터홈즈 배한나 홍보팀장은 "네온사인이 설치된 가게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 젊은이들 사이 유행이 됐다"고 했다.

요즘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레스토랑이나 바, 카페 등에는 환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으로 실내 인테리어를 해놓은 곳이 많다. 네온사인이라 하면 흔히 건물 외부에 간판으로 활용되는 현란한 조명을 떠올리지만 최근 트렌드는 다르다. 다양한 색상과 서체를 활용해 간단한 문구나 그림을 네온사인으로 만들어 실내 벽에 붙여놓는다. '아트네온(art+neon)'이라고도 부른다.

어두운 밤거리를 밝히던 네온사인은 실내 분위기를 살리는 인테리어 요소로 변신했다. 홍보 효과도 톡톡히 해낸다. 인스타그램에 '네온사인'을 검색하면 1만건 넘는 사진이 죽 뜬다. '잔을 채워 기쁨을 축하하고 잔을 비워 슬픔을 나누고 싶어''순간을 소중히''Dear my universe' 등 노래 가사 같기도 하고 시구절 같기도 한 네온사인 앞에서 젊은이들이 다양한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대학생 김진서(24)씨는 "네온사인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선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대신 다른 곳을 바라보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난다"고 했다.

'사는 게 꽃 같네'라는 핑크빛 네온사인이 내걸린 서울 연남동 소품점 '아트플라츠' 김승현 대표는 "SNS에서 네온사인을 보고 오직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도 많다"고 했다. "가게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것을 보고 내부에 네온사인을 추가로 설치했어요." 사진 찍는 손님들을 위해 네온사인 아래 의자도 놓아뒀다. 'ALOHA JENNY(알로하 제니)'라는 카페 이름을 네온사인으로 제작해 매장 안팎에 걸어둔 제니씨는 "손님들이 네온사인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며 다시 찾아온다"고 했다.

가정집에서도 네온사인을 인테리어에 활용한다. 'LOVE'라는 글자로 집 안을 장식한 임키나(29)씨는 "인테리어의 포인트가 되고 공간에 생기가 돈다"고 했다. 덕분에 네온사인 제작업체들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년 전보다 매출이 4배쯤 늘었다는 은성네온 이강구 대표는 "옥외 광고물·간판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동안 네온사인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복고와 인테리어 열풍을 타고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