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쌍끌이' 업종, 수익률 쑥쑥

개인 투자자 김정현(34)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2040대로 올랐지만, 최근 몇 년간 1850~2100 구간의 '박스권'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제 박스권의 상단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판단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에는 '박스피(박스권에 갖힌 코스피지수)'를 탈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아닌 것도 같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2000포인트를 회복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3일 1994선으로 잠깐 밀린 것을 제외하면 한 달 가까이 2000선을 웃돌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랠리'의 일등공신은 외국인이다. 지난달 13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746억원어치를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외국인의 '사자'세와는 반대로 펀드 환매 물량 등이 나오면서 기관은 3조1042억원을, 개인은 1조2773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면서 지수 상승 탄력을 둔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주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때는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순매수에 나선 업종과 종목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쌍끌이' 매수 때 수익률 높아

10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순매수한 8개 업종(와이즈에프엔 업종 분류 기준)은 모두 시장수익률(유가증권시장 2.78%, 코스닥시장 0.48%)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상승 폭이 높았던 업종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41억원, 202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조선업종이다. 주가는 22.4%나 올랐다. 이외에도 은행(12.9%), 건설(11.1%), 증권(10.9%), 디스플레이(10.4%) 업종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철강(9.8%), IT 하드웨어(8.1%), 가스(6.5%), 전력(3.4%) 업종도 코스피·코스닥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종목별로 봐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세가 유입된 종목의 주가상승률이 눈에 띈다. 외국인이 805억원어치, 기관이 1739억원어치 순매수한 현대중공업은 한 달간 주가가 34.3% 올랐다. 하나금융지주(28.3%), 삼성전기(27.4%), KB금융(19.5%) 등 외국인·기관의 동반 순매수 금액 합계가 1000억원을 넘어가는 종목들도 20%를 넘나드는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가면서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이 크지 않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세가 집중됐던 업종과 종목은 시장수익률을 큰 폭으로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한 만큼 이 업종들에 주목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기관 순매도 상위 업종 투자엔 유의해야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에는 주목해야 하는 반면, 기관들의 순매도가 집중된 업종과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최근 한 달간 기관투자자가 1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업종은 14개로 이 중 절반인 7개 업종의 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간 기관이 9283억원어치를 내다 팔면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화장품 업종의 수익률은 -12.4%로 업종 중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509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제약(-6.4%) 업종을 비롯해 미디어(2999억원 순매도·-3.4%), 음식료(2574억원 순매도·-2.0%), 소매(2463억원 순매도·-1.5%) 등 업종도 부진했다.

종목별로도 같은 기간 기관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ETF 제외) 중 8개 종목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한미약품의 주가가 14.18% 떨어졌고, LG생활건강(-13.05%), 아모레퍼시픽(-10.56%) 등도 두 자릿수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