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의 심장 종로, '걷기 1번지' 만든다

서울을 상징하는 도로인 종로(鍾路)의 차로가 줄어들고 인도(보행로)가 넓어져 보행자 친화적으로 바뀐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11일 "서울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1번 도로'인 종로의 차로를 1~2개 줄이고, 보행로를 확장해 '보행 1번지'로 바꿀 예정"이라며 "서울역 고가와 더불어 종로를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보행축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왕복 8차로인 종로를 왕복 6~7차로로 바꾸는 작업은 이르면 내년 착공해 2020년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는 약 160억원이 책정됐다. 보행로가 늘어나는 구간은 광화문 광장 앞(세종대로 사거리)부터 동대문역으로 이어지는 약 3㎞다.

종로는 조선이 한양으로 천도한 1394년부터 조성됐다. 당시 한양의 동·서를 잇는 간선 도로로서, 조선에서 가장 넓은 도로였다. 종로라는 이름은 한양 도성의 문을 여닫고 인정(人定·통행금지 시작)과 파루(罷漏·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종을 매단 종루(鐘樓)가 세워져 있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종로는 현재 하루 평균 7만대 차량이 오가는 서울 도심 교통의 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종로 주변으로 광화문 광장과 종묘, 흥인지문 같은 역사·문화 자원과 세운상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종로 귀금속 거리 등 상업 시설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로가 넓어지면 일반 시민과 관광객이 여유롭게 걸으면서 종로의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 보행로가 확장되면,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남쪽의 서울역 고가 보행로(내년 4월 완공 예정)와 북쪽의 종로 등 2개의 큰 보행로 축이 만들어진다. 서울시는 이 두 축을 연결하는 남대문로의 1개 차로를 줄여 보행로를 확장하기로 했다. 또 남대문 시장에서 명동을 잇는 퇴계로도 2개 차로를 줄여 보행로를 늘리는 등 도심 곳곳을 걷기 좋은 도로로 만들 계획이다.

차로가 축소되면 종로 일대의 교통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작년 11월 하루 평균 4만6000여대 차량이 다니던 서울역 고가를 폐쇄했을 때도 큰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택시기사 김모(60)씨는 "서울역 고가 폐쇄 이후 강북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해졌는데, 종로 차로까지 줄이면 서울시내를 어떻게 운전해서 다니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차로 감소 이후 단기적으로는 교통 체증이 발생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어날 것"이라며 "종로 전 구간을 비롯해 연결 도로인 새문안로, 남대문로에 버스중앙차로를 설치해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도심 교통량을 줄여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차로 감소와 보행로 확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종로 인근 상인들은 보행로 확장을 반기고 있다. 지대식 동대문 관광특구 사무국장은 "의류, 옷감 화물은 새벽 시간에 들어와 크게 불편할 게 없다"며 "보행로를 확장하면 오히려 동대문 일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 상권이 활성될 것이라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욕 브로드웨이, 일본 요코하마 등 도심 차로를 줄이고 교통량을 억제하는 방안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뉴욕은 1990년부터 맨해튼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42번가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대신 42번가 일대의 '타임스스퀘어', '브로드웨이'를 찾는 시민, 관광객을 위한 보행 공간을 넓혔다. 일본 요코하마도 2002년 니혼오도리(항구~요코하마공원 길) 주변 지역을 정비하면서 차도 폭(12m)을 3m 줄이고, 양쪽 보도 폭을 1.5m씩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