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고 '강남 미인'이라고 수군거리는데…"

"나는 예뻐졌다. 다만, 조금 티가 나는 형태로…." "못생겼다는 비웃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젠 성형괴물이라는 손가락질. 평범하게 남들 누리는 만큼 누리며 살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그렇게 큰 걸 바랐던 걸까?"

성형툰(성형+웹툰)이 인기다. 네이버 에 연재 중인 '내 ID는 강남미인' '마스크걸' 등 성형 소재 웹툰은 어린 시절부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려 성형을 택한 여주인공이 수술 후 '성괴(성형괴물)'란 비난을 받으며 재차 상처받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선(視線) 폭력에 굴복해 얼굴에 손댔지만, 주인공에게 찾아온 건 '자연 미인이 아니다'라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 남 외모 평가하기 좋아하는 한국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를 잘 꼬집으며 20~30대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겉모습 달라졌지만…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주인공

"날 강남미인이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싫어. 성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힘들어. 하지만 제일 끔찍한 건 성형 전으로 돌아가는 거야." '내 ID는 강남미인' 주인공 강미래는 "강남에 널린 얼굴"이란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나는) 고치지 않고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얼굴"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살고 싶어 성형을 택할 만큼 간절했지만, 막상 얼굴이 예뻐지자 만나는 사람마다 이목구비에 점수를 매기며 외모 서열을 매긴다.

연예인을 꿈꿨던 '마스크걸' 주인공 모미는 못생겼다는 비난에 상처받아 성격이 삐뚤어진 인물. 매일 밤 쭉쭉빵빵한 몸매를 뽐내며 '별캐쉬(인터넷방송에서 현금처럼 통용되는 전자 화폐)'를 버는 인기 BJ '마스크걸'로 연예인의 삶을 대리 만족하며 산다.

자신의 정체를 회사에 폭로한 직장 동료 주오남을 살해한 뒤 얼굴을 고치고 유미·아름·라라로 가명을 바꿔가며 버티지만, 남의 인생일 뿐 어디에도 '모미'의 자리는 없다.

주인공들이 달라진 건 '겉모습'뿐이다. 자존감은 여전히 낮다. '마스크걸'의 작가 매미는 "못생겼단 이유로 상처받은 모미란 존재가 불안정하게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성형을 통해 예뻐질 순 있지만, 그 자신을 괴롭히는 건 외모가 아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성형 문화 꼬집어도 결국엔 외모?

성형 문화를 꼬집고는 있지만 '못생긴 그대로'보단 '예쁜 성형 미인'이 낫다는 사회 인식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가 못생긴 '얼굴 없는 가수'보다 생존을 위해 얼굴을 고친 '성형 미인'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내 ID는 강남미인' 남자 주인공 도경석은 성형 사실이 알려질까봐 노심초사 하는 강미래를 향해 이렇게 일갈한다. "(성형을) 누군 해야 하고, 누군 안 해도 되고?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니까 얼굴에 칼 안 대고 배겨? 너, 뒤에서 강남미인이니 뭐니 해대는 새끼들만큼 한심하다. 얼굴 말고 그 찌질한 마인드를 성형하지 그랬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형툰이 평생을 외모로 평가받아야 하는 성형 만능 시대 여성들의 고충을 잘 표현해 젊은 여성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도 "다만 성형을 해서라도 외모를 가꾼 사람을 용인하는 분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다면, 사회 고질병인 외모 지상주의를 극복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