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돌린 게임… 실적 신기록 행진

국내 주요 게임 업체들의 실적 신기록(新記錄)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넥슨·넷마블·컴투스·게임빌 등 주요 업체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는 점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 시장은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앞으로 북미·유럽 등 신규 시장 개척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 대형 흥행 신작(新作)을 내놓지 못하는 대목도 불안한 요소다.

◇게임 업체, 잇따라 실적 신기록

게임 업계 1위인 넥슨은 올 상반기에 매출 1조282억원을 기록, 창사 이후 상반기 실적으로는 처음 1조원의 벽을 넘었다. 넥슨은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6248억원을 해외에서 벌었다. 작년 말 국내에 출시한 스마트폰용 게임 '히트'가 인기를 끌었고, PC 온라인 게임 '던전 앤 파이터'는 중국에서 선전했다.

모바일 게임 업체인 컴투스는 상반기 매출 2617억원, 영업이익 1084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컴투스는 전체 매출 중 무려 85%를 해외에서 벌었다.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가 세계 160여 국가에서 6000만건 이상이 다운로드되면서 이런 호(好)실적을 이끌었다.

넷마블과 게임빌은 올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해외 매출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특히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세븐나이츠'는 지난 6월 일본의 애플 앱(응용 프로그램) 장터에서 매출 3위에 오르며 일본 게임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게임 업계에선 해외 성과가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흐름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봤다.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데다, 지난 2~3년 사이 유럽·미국·중국·일본의 게임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내수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 백영훈 사업전략부사장은 "핀란드의 게임 업체 수퍼셀이 만든 '클래시 오브 클랜' 같은 게임들이 국내에서 히트하고, 중국 게임들도 계속 국내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살아남으려면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편중·신작 부족… 장기 성장 위해 넘어야 할 과제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진출한 해외 시장은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있다. 예컨대 넥슨의 2분기 매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1%에 달한다. 북미와 유럽의 매출을 합쳐도 10%에 불과하다. 중국을 빼면 아직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게임 수출액의 81%가 중국·일본·동남아시아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세계 게임 시장의 큰 축인 유럽과 북미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는 아직 해외 시장 진출에 우리 게임이 안착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 눈에 띄는 신작이 등장하지 않은 상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 구글 앱 장터의 게임 매출 순위에서 5위권 안에 드는 신작은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2~4년 전에 나온 게임이다. 넥슨은 지난달 대형 신작 게임 '서든어택2'를 출시했다가 흥행에 실패하며, 한 달도 안 돼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기존 게임의 인기에만 의존하다 보면 언젠가 소비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질 때 게임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체들은 하반기에 내놓는 신작의 성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넷마블은 11일 모바일 게임 '리니지Ⅱ 레볼루션'을 공개하고 오는 10월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와 캐릭터 등 지식재산권을 공유하기로 한 이후 엔씨의 PC 게임 '리니지'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에 리니지 캐릭터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 2종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빌은 이달 30일 신작 발표회를 열고 하반기 내놓을 신작 5종을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