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국가가 혐오 발언을 만들었다"

혐오 발언

주디스 버틀러 지음｜유민석 옮김
알렙｜368쪽｜1만8000원

여성이나 동성애자,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을 고찰한 철학서는 적지 않았다. 유대계 미국 여성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199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에서 기존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사법부가 혐오스럽거나 차별적인 발언의 경계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결에 앞서는 혐오 발언이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가는 혐오 발언을 생산한다"는 것이 저자의 도발적 주장이다.

저자는 혐오 발언을 일삼은 개인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관습이나 전통에도 의문을 던진다. 알튀세르, 푸코의 이데올로기, 권력 이론을 원용(援用)하고 있어서 난도가 꽤 높다. 1999년 미국 학술지에서 '최악의 저자'로 선정된 이력(履歷)이 보여주듯, 현학적 글쓰기의 혐의를 주는 대목도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비판적인 저자의 또 다른 면모를 이해하고 싶다면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시대의창)을 함께 읽어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