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도박꾼, 어떤 스토리가 뜰지 예측할 수 없으니까"

23세기, 인류가 태양계를 식민지화한다. 폭발적 인구 증가로 산아를 제한하는 지구, 지구에서 독립해 경쟁하는 화성, 지구·화성에 무시당하며 독립을 꿈꾸는 외행성 연합 간 긴장이 우주대전의 불꽃을 일으킨다. 그리고 지구 대부호 가문의 딸이 실종된다. 최근 발간된 SF소설 '익스팬스―깨어난 괴물'의 기세가 무섭다. 발간 한 달이 지났는데 SF 베스트셀러 부문 최상위권(리디북스 집계)에 올라 있고, 동명의 TV 드라마 제작도 활발하다. 미국과 국내에서 지난 2월까지 방영됐고, 내년 1월 시즌2가 예정돼 있다.

17일 이메일로 만난 저자 제임스 S A 코리는 소설의 성공에 대해 "어떤 스토리가 뜰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모든 작가는 도박꾼"이라면서 "소설의 세계관이 비교적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소설 속 배경은 20세기 세계대전의 전야를 연상시킨다. 저자는 "미래에도 인간의 행동은 연속성을 지닐 거라 생각했다. 우주 시대에도 인간이 마주할 가장 큰 문제는 인간적 문제일 것"이라 짚었다. 소설은 태양계 전쟁의 위기에서 모종의 음모에 휘말린 두 주인공(홀던·밀러)의 추격전과 우정을 그려낸다. 저자는 "인간성은 비극이면서 동시에 미래에 보내는 희망이기도 하다. 인류의 숭고함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S A 코리는 대니얼 에이브러햄(47)과 타이 프랭크(47)의 공동 필명이다. 제임스와 코리는 각자의 중간 이름이고, S A는 에이브러햄 딸 이름의 머리글자. "한 챕터씩 번갈아 쓰니 소설을 반만 써도 돼 좋았다"는 농담이 날아든다. 프랭크가 집에서 제작한 롤플레잉 게임을 본 에이브러햄이 "소설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의기투합한 것인데, 판타지소설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조지 R R 마틴의 제자들이기도 하다. 에이브러햄은 6주간 작문 수업을 받았고, 프랭크는 그의 조수로 일한 적이 있다. 이들은 "조지가 저술보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더 많은 조언을 해준다"고 했다. 드라마로 제작돼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왕좌의 게임'처럼 이들도 영상화에 적극적이다. "TV판 각색을 통해 원작과 다른 몇 가지 선택을 했지만, 지향점은 분명히 담았다"고 했다.

소설은 기존 SF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엄격한 과학성을 적용했다. 우주선 스텔스 기술, 큰 중력 속 생활 등의 세밀한 묘사 등이다. "행성 크기의 바위 온도를 2도 올리는 데 에너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과학자에게 문의한 적은 있다"면서도 "너무 세부적인 것에 집착하면 SF가 과학 교과서로 변해버린다"고 했다.

2011년 첫 발간 이래, 매년 속편을 내놓고 있다. 이미 여섯 번째 시리즈 '바빌론의 잿더미(Babylon's Ashes)'까지 탈고한 상태. 이들이 예상하는 진짜 23세기의 모습은 어떨까. "언젠가 태양계 자원 활용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 같아요. 기술이 세상을 바꿔놓겠죠. 소설처럼 황폐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