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의 계산된 공포, 모두의 손에 피를 묻히다
입력 : 2016.08.20 00:02
中서 '희망의 시기'로 묘사되는 1945년 해방 이후 10여 년… 비밀 문건 통해 공포 정치 증명
反혁명분자로 몰려 500만명 희생 "거대한 '정신적 아우슈비츠'였다"
해방의 비극ㅣ프랑크 디쾨터 지음ㅣ고기탁 옮김ㅣ열린책들ㅣ528쪽ㅣ2만5000원
중국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騰訊) 샤오미(小米) 같은 글로벌 기업이 IT(정보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가 하면, 무슨 왕조 국가처럼 시진핑(習近平)의 등장과 함께 경쟁자 보시라이(薄熙來)가 순식간에 숙청되기도 한다. 최근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우리 한류 스타들의 공연 계획을 일제히 취소하고, 한국인 출연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몰상식도 보여줬다. 과거 매혈(賣血)로 인해 집단 에이즈 감염이 발생했던 마을은 아예 행정구역에서 지워져 버리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종종 일사불란하게, 무자비하게 이뤄진다.
1945~1957년 중국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이 책에선 중국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민얼굴'이 드러난다. 중국과 영국에서 공부했고 현재 홍콩대 인문학 석좌교수로 있는 네덜란드인 프랑크 디쾨터(55)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중화인민공화국이 1949년 탄생할 때부터 홀로코스트(대학살)와 공포(恐怖) 정치를 기반으로 세워졌음을 보여준다.
집단적 광기(狂氣)에 사로잡힌 '문화대혁명'이나 무모한 '대약진운동'에 비해 1945년부터 10여 년간은 중국 역사에서 희망에 찬 시기로 자주 묘사된다. 하지만 저자는 최근 공개된 공산당의 비밀 문서와 증언, 사상 개조 운동에서 나온 자백서, 비밀 해제된 세부 통계 등 수백 개의 문건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대는 간첩·반혁명분자·지주 등으로 몰려 500만 명이 살해된 '야만의 시대'였다.
중국에선 국·공내전이 끝나면서 전국적으로 반(反)혁명 분자와 간첩, 지주를 색출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많은 사람은 우파(右派)로 몰리느니 이웃을 고발했다. 기획자는 마오쩌둥이었고, 덩샤오핑(鄧小平)이나 시중쉰(習仲勳·시진핑 현 주석의 아버지) 같은 이조차 방조자 내지 동조자였다. 예를 들어, 시중쉰이 1948년 1월 19일 마오쩌둥에게 보고한 내용에는 "사람들을 소금물이 담긴 통 속에 넣어 익사시켰다. 머리에 끓는 기름을 부어 튀겨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나온다. 같은 시기 덩샤오핑은 안후이(安徽)성의 서쪽 지역에서 지주 몇 명을 죽였다가 보복을 두려워하는 농민들의 요구에 그 친척들까지 연쇄적으로 죽인 경험을 후회한다. "결국 우리는 200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였으며 우리가 이 12개의 마을에서 한 일은 모두 엉망이 되고 말았다."
중국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騰訊) 샤오미(小米) 같은 글로벌 기업이 IT(정보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가 하면, 무슨 왕조 국가처럼 시진핑(習近平)의 등장과 함께 경쟁자 보시라이(薄熙來)가 순식간에 숙청되기도 한다. 최근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우리 한류 스타들의 공연 계획을 일제히 취소하고, 한국인 출연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몰상식도 보여줬다. 과거 매혈(賣血)로 인해 집단 에이즈 감염이 발생했던 마을은 아예 행정구역에서 지워져 버리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종종 일사불란하게, 무자비하게 이뤄진다.
1945~1957년 중국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이 책에선 중국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민얼굴'이 드러난다. 중국과 영국에서 공부했고 현재 홍콩대 인문학 석좌교수로 있는 네덜란드인 프랑크 디쾨터(55)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중화인민공화국이 1949년 탄생할 때부터 홀로코스트(대학살)와 공포(恐怖) 정치를 기반으로 세워졌음을 보여준다.
집단적 광기(狂氣)에 사로잡힌 '문화대혁명'이나 무모한 '대약진운동'에 비해 1945년부터 10여 년간은 중국 역사에서 희망에 찬 시기로 자주 묘사된다. 하지만 저자는 최근 공개된 공산당의 비밀 문서와 증언, 사상 개조 운동에서 나온 자백서, 비밀 해제된 세부 통계 등 수백 개의 문건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대는 간첩·반혁명분자·지주 등으로 몰려 500만 명이 살해된 '야만의 시대'였다.
중국에선 국·공내전이 끝나면서 전국적으로 반(反)혁명 분자와 간첩, 지주를 색출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많은 사람은 우파(右派)로 몰리느니 이웃을 고발했다. 기획자는 마오쩌둥이었고, 덩샤오핑(鄧小平)이나 시중쉰(習仲勳·시진핑 현 주석의 아버지) 같은 이조차 방조자 내지 동조자였다. 예를 들어, 시중쉰이 1948년 1월 19일 마오쩌둥에게 보고한 내용에는 "사람들을 소금물이 담긴 통 속에 넣어 익사시켰다. 머리에 끓는 기름을 부어 튀겨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나온다. 같은 시기 덩샤오핑은 안후이(安徽)성의 서쪽 지역에서 지주 몇 명을 죽였다가 보복을 두려워하는 농민들의 요구에 그 친척들까지 연쇄적으로 죽인 경험을 후회한다. "결국 우리는 200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였으며 우리가 이 12개의 마을에서 한 일은 모두 엉망이 되고 말았다."
폭력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 마오쩌둥은 '1000명당 1명'으로 죽어야 할 사람의 숫자까지 할당했다. 지역마다 정치 지도자들은 할당량을 넘겨 당 중앙에 대한 자신들의 충성심을 증명했다. 사람들은 "너무 적게 죽이기보다는, 그래서 우파로 몰려 숙청되기보다는 차라리 '너무 많이' 죽이는 편을 택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1951년 4월 부유했던 지역인 옌신현에서는 중학생 100여명이 고문을 받았고, 여섯 살짜리가 첩보 조직의 우두머리로 체포되어 죽음을 당했다. 어린 나이에 지하운동에 투신했던 린자오라는 여성은 "그들이 죽음을 맞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한다. 당시 그녀는 겨우 스무 살이었다.
이 공포 시대를 거치면서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지 10년 만에 주석에게 반기(反旗)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은 현재 중국인들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세대가 겪은 일이다. 마오쩌둥은 이른바 '모두의 손에 피를 묻히는' 방법을 택했기에, 많은 사람이 이 집단 기억에 대해 함구(緘口)했다. 현대 중국의 잉태기에 형성된 이 집단 트라우마는 과연 어떤 형태로 남아 있을까.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 일화(逸話)는 이 시기 트라우마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달 초 '우버차이나'를 인수하며 전 세계 IT 업계의 주목을 받은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창업자 청웨이(程維·33)는 '충성을 다해 나라에 보답한다'는 내용의 '징종바오궈(精忠報�)'라는 노래를 직원들에게 수시로 부르게 한다. 이 책에는 공산당이 혁명 직후 군수와 생활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공장을 유지하고 기업인들을 살려뒀다는 내용이 나온다. 공산당에 대한 탄압이 가장 심했던 상하이(上海)의 자본가들이 정작 혁명 이후에 보호받았다는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향후 기업인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국가에 예속되는 길을 택한다. 기업인들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애국심을 노골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 책의 저자는 해방기의 중국을 '세심하게 구축된 정신적 아우슈비츠'라고 부른다. 중국으로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끊임없이 들춰내는 이런 유의 저작이 거북할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에피소드와 증언에는 꼼꼼한 각주(脚註)가 붙어 있어 반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때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것은 중국인들의 몫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인민3부작' 중 첫째 시기를 다룬 책이며, '마오의 대기근'과 '문화대혁명'인 나머지 두 권의 책도 곧 국내 출간 예정이다.
이 공포 시대를 거치면서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지 10년 만에 주석에게 반기(反旗)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은 현재 중국인들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세대가 겪은 일이다. 마오쩌둥은 이른바 '모두의 손에 피를 묻히는' 방법을 택했기에, 많은 사람이 이 집단 기억에 대해 함구(緘口)했다. 현대 중국의 잉태기에 형성된 이 집단 트라우마는 과연 어떤 형태로 남아 있을까.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 일화(逸話)는 이 시기 트라우마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달 초 '우버차이나'를 인수하며 전 세계 IT 업계의 주목을 받은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창업자 청웨이(程維·33)는 '충성을 다해 나라에 보답한다'는 내용의 '징종바오궈(精忠報�)'라는 노래를 직원들에게 수시로 부르게 한다. 이 책에는 공산당이 혁명 직후 군수와 생활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공장을 유지하고 기업인들을 살려뒀다는 내용이 나온다. 공산당에 대한 탄압이 가장 심했던 상하이(上海)의 자본가들이 정작 혁명 이후에 보호받았다는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향후 기업인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국가에 예속되는 길을 택한다. 기업인들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애국심을 노골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 책의 저자는 해방기의 중국을 '세심하게 구축된 정신적 아우슈비츠'라고 부른다. 중국으로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끊임없이 들춰내는 이런 유의 저작이 거북할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에피소드와 증언에는 꼼꼼한 각주(脚註)가 붙어 있어 반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때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것은 중국인들의 몫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인민3부작' 중 첫째 시기를 다룬 책이며, '마오의 대기근'과 '문화대혁명'인 나머지 두 권의 책도 곧 국내 출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