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음주사고 은폐… 靑민정수석실 알고도 넘어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철성(58) 경찰청장 후보자가 과거 음주운전 사고 당시 신분을 속여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우병우 민정수석이 넥슨 주식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전 검사장의 승진 심사에 이어 고위 공직자 인사를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7월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올라 청와대에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를 제출했다. 200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이 질문서에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낸 경력이 있습니까' '음주운전 적발 시 직업을 다르게 진술한 경력이 있습니까' '벌금형을 받은 경력이 있습니까'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같은 구체적인 항목들이 포함돼 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총괄한 민갑룡 경무관은 "이 후보자가 음주 운전 관련 항목에 모두 사실대로 '예'라고 적어 제출했다"며 "음주사고를 낸 경위와 벌금형을 받은 기록 등 관련 자료도 첨부해서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 후보자를 검증했다. 검증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1993년 11월 음주 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차량 2대와 충돌한 혐의로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신분을 속였기 때문에 경찰 내부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민정수석실이 알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이 후보자의 신분 은폐 의혹을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 국회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는 이 후보자가 신분을 숨겨 내부 징계를 피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05쪽에 달하는 요청안에서 이 후보자의 음주운전 관련 내용은 100만원 벌금형을 받았고, 이후 사면됐다는 사실을 기록한 1쪽이 전부"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신분을 숨긴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과 달리, 언론의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 내정 나흘 뒤인 지난 1일 TV조선은 "이 후보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음에도 징계를 받았다는 기록이 없어 신분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경위와 징계 기록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고 당시에 부끄러워서 신분을 숨겼고 그래서 징계도 피했다"며 처음으로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의혹 보도가 나온 지 18일 뒤였다.

이 후보자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현 치안비서관)으로 있었다. 2014년 5월부터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다가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한 우 수석과 청와대 근무 시기가 겹친다. 특혜 보직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의 아들(24)은 이 후보자와 우 수석이 청와대에 함께 근무하던 지난해 2월 의경으로 입대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우 수석이 직권을 남용해 아들의 특혜 보직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